▽한나라당, “손해본 것 없다”=한나라당은 ‘등신 파문’으로 수세에 몰린 듯하지만 속으론 ‘남는 장사’로 여기고 있다.
이 의장이 이날 오전 국회 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사과발언을 하기 전에 박희태(朴熺太) 대표는 “언제 노 대통령을 등신이라고 했느냐. ‘등신 외교’ ‘굴욕 외교’라고 한 것일 뿐이다”며 “이 발언을 이유로 국회가 파행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런 식의) 국회 파행은 더 이상 안 된다”며 계속 여권을 공격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한발 더 나가 이날 대구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등신이라는 말이 뭐가 아프냐. 정권이 등신 하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며 “‘등신’이라는 말을 핑계로 자신들의 잘못을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꼬리 내린 민주당=청와대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한나라당과의 한판 승부를 다짐했지만, 민주당은 ‘싸울수록 손해 보는 장사’라는 분위기다.
한 핵심관계자는 9일 오전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대철(鄭大哲)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에서 강력히 대응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요구를 한 것이 이날 오후 긴급 의원간담회가 소집되는 배경이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강경 분위기는 사태가 진정된 10일에도 이어졌다.
국회가 정상화된 뒤 문희상 비서실장은 “옛날 이승만 대통령에게 ‘외교엔 귀신, 인사엔 등신’이라고 했다. 그때는 두 가지를 함께 썼으니까 괜찮았지만 이번에 사용한 등신은 욕이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등신 정권’ 발언에 대해서도 “언어의 품격을 지켜주기 바란다”는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의 구두논평만 내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등신 발언’에 대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란 비판적 여론도 있지만 ‘등신 소리 들을 만하지 않느냐’는 성난 민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김민석(金民錫) 전 의원은 이상배 정책위의장이 “‘등신’은 과거 정치권에서 자주 사용된 표현”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사례로 든 데 대해 10일 보도자료를 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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