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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3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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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이 22일 대통령비서관 회의를 소집해 느슨해진 군기를 잡으며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일하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는 수시로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비서관 전체회의를 열기는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문 실장은 대통령비서진의 곤혹스러운 처지와 해야 할 일을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당나귀를 탄 부자(父子)에 비유해 설명했다.
“이솝우화를 보면 당나귀를 타고 가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나귀가 힘들어하는데 왜 타고 가느냐’고 하자 내려서 걸어갔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들이 ‘당나귀를 두고 뭣 하러 힘들게 걸어가느냐’고 말하자 아들이 당나귀를 타고 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버지가 안 타고 왜 아들이 타느냐’고 사람들이 나무랐고 다시 아버지가 당나귀를 탔다. 부자가 줏대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듣다보니 나중에는 결국 당나귀를 머리에 이고 다녔다.”이어 문 실장은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의 문제 제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왜곡된 사실관계는 적극 나서서 시정하고 국정홍보에 대해서는 보다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비서관들의 기강 문제에 대해서도 “나도 옛날에 룸살롱에 많이 가봤지만 별 볼일이 없더라”며 공직자로서의 근신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비서관은 “최근 참여정부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데 대해 너무 흔들리지 말고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고 독려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문 실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참여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과 관련해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과거에는 특정 사람을 통해 위기를 관리했지만 지금은 제도적인 시스템을 통해 관리해 나간다”며 “대통령과 총리 사이, 또 청와대와 총리실 부처 사이에 현안 관리와 조정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지금은 시스템이 정착되는 단계로 어찌 보면 아이가 엄마 젖을 떼는 이유기라고 할 수 있는데 빠른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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