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대통령이 야당 입당한 느낌"

  • 입력 2003년 5월 19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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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한미정상회담 이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북관과 정부의 대북정책기조에 관심이 집중됐다.

여야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방미 외교가 한미 관계 복원과 북핵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해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고 한목소리로 평가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놀라운 변신’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또 다른 ‘말바꾸기’의 가능성을 경계했다.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얼떨떨했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느낌이었다”며 “노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불안한 시각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노 대통령이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했던 것과 다른 말을 할 경우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새로운 갈등과 대립에 의한 파국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문종(洪文鐘) 의원은 “양국 정상이 언급한 (북한에 대한) 추가적 조치의 필요성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는 대처방안을 갖고 있느냐”, “3자회담에 한국 일본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은 재정부담만 의미하는 것이냐”며 공동성명의 해석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노 대통령의 현실론에 입각한 ‘실용주의’ 외교가 북핵 위기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한미 정상이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합의해 한미공조를 공고히 함으로써 미국내 평화론자 대화론자의 입지를 강화시켰다는 평가가 있다”며 “노 대통령의 대미 외교노선을 놓고 친미냐 반미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 교류 협력과 북핵 문제를 연계시킨 것은 미국의 압력을 활용하여 한국이 북한을 직접 자극하지 않고 북의 일탈행위에 대해 경고메시지를 준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상희(朴相熙) 의원도 서면질의에서 “노 대통령이 미국 방문전과 180도 바뀐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과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이는 실리외교를 위한 아름다운 변신이었고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뜻을 접을 줄 아는 대범한 모습”이라며 “이제는 말을 아끼며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말했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앞으로 대북 정책은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현실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 남북교류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며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대정부질문 요지▼

▽맹형규의원(한나라당)=정부의 대북정보 수집능력에 문제가 있다. 정보수집에 대한 의지가 없고 미국이 알려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강운태의원(민주당)=금융 불안의 주범인 신용카드사에 대해 신속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개인신용불량자의 신용 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한시적으로 제정하라.

▽홍문종의원(한나라당)=정부는 김정일 정권에 인권탄압을 하지 말도록 엄중히 요청하고, 이를 어길 시 그 죄과를 통일 이후까지 묻겠다고 천명하라.

▽박상희의원(민주당)=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가 되기 위해선 물류시스템의 정보화 다양화, 물류산업의 전문화가 필요하며 특히 통합물류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임태희의원(한나라당)=정부의 정책혼선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대통령의 친 노조성향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들이 불안해하며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종걸의원(민주당)=북한이 남한의 베이징 3자회담 참여를 배제시키고 남북 비핵화선언의 무효화까지 언급한 만큼 대북정책의 전술적 전환이 절실해졌다.

▽심재철의원(한나라당)=교육부 장관의 잦은 말바꾸기와 좌고우면하는 태도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운영을 둘러싼 국가적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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