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참여정부, 5·18 정신 계승"

  • 입력 2003년 5월 18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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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8일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세계의 민주주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큰 발자취를 남겼으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남겨주었다"면서 "참여정부는 5·18 광주의 위대한 정신을 계승해 역사의 소명인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 운정동 국립 5·18묘지에서 열린 제 2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5·18 광주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뜨거운 열기는 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 마침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토대가 됐고, 오늘의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 10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45분경 국립 5·18묘지 앞에서 노 대통령 도착 시간에 맞춰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노 대통령은 친미 굴욕외교를 5월 영령 앞에 사과하고 한미공동성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막자 노 대통령 일행은 행사장 정문에서 100여m 떨어진 '역사의 문'을 통해 입장, 기념식이 18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이 있는 정문을 피해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역사의 문'을 통해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이어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남대 특별강연을 통해 "5월 항쟁의 또 다른 이유는 소외와 차별이었을 것이며, 그것은 국가적으로는 분열과 대립이다"면서 "서로 불신하며 증오를 부추겼던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정치구도가 지금도 살아있는데, 참여정부에서는 대립과 갈등의 구조를 꼭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강연에서 최근의 호남소외론에 대해 "편중인사에 따른 상실감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다시는 이런 것으로 실패하지 않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조사하고 잡아넣는 그런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방대 육성방안과 관련, "각종 공무원이나 공기업 채용시험 때 지방대 출신을 할당하는 인재할당제를 가급적 빨리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남대 특강 내용

(1)호남 소외론에 대해

김영삼 정부가 여러 가지 일 했지만 그 중에서도 한 가지, 본인이 했든, 검찰이 했든, 박철언씨를 감옥으로 보낸 그 이후 대구 경북이 김영삼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임기 내내 정책선택이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서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졌다. 자기 고향인 부산에서 영도다리 밑에 손가락이 떠다닌다는 얘기가 재미있게 회자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내내 영남사람들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해도 결코 수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책수행이 굉장히 어려웠다. 아마 국민의 정부 막 들어서고 나서 부산에서 보궐선거 있었다. 그 때 내가 지원유세 가서 했던 얘기가 이것이었다. 여러분이 김영삼정부 시절에 몇 사람이 요직에 갔습니까. 천명이 갔습니까, 만명이 갔습니까. 만일에 천명이 김영삼 대통령 덕분에 요직에 가서 재미를 봤다면, 영화를 누렸다면 부산시민 여러분 4000명중에 한 사람이 재미를 본 것이다. 그 다음에 만명이 재미를 봤다면 400명 중에 한 사람이 재미를 본 것이다. 이 자리에 온 사람 중에 재미 본 사람 누구 있으면 손들어봐라 했다. 지금 김대중 정부 들어서자 마자 몇 사람이 재미를 보고 몇 사람이 손해를 본단 말이냐고 했다.

중학교 고등하교 졸업하고 서울 가서 부산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데 부산 사람 돼있고, 본적이 부산으로 돼있으면 신문에 부산사람으로 나오는데, 그게 그렇게 소중하냐고 했는데, 부산사람들의 정서적 상실감 극복하지 못했다.

저는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 누구의 오해 생기지 않게, 다시 그런 거로 해서... 하지 않기를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 정말 최선 다하려고 하는데, 듣기에 불안감이 있다고 한다.

(2) 새 정부 초기 공직사정에 대해

두 번째는 '신정권 초기증후군'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 조사해서 잡아넣는, 청와대가 나서서 사정이라고 해서 공직자의 기강 잡느라고 무슨 골프 얘기 나오고 무슨 얘기 나오는데, 외국 가보니 큰 화제가 돼있다. 나는 그런 것 바라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 공직자윤리 뭐라고 해서,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은 기준은 있어야 하니까 부처별로 토론해서 스스로 자기들에게 맞는 규칙을 만들어나가자, 자율적으로 만든 규칙이라야 지키고 성공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했는데, 부방위에서 만들어서 각 부처에 보냈는데, 부처 내부에서 얼마나 토론 했는지 모르겠지만, 없었던 것 같다.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자발적인 동력이 생기고 거기서 투명한 공직사회 된다.

(3) 대통령 된 이후 변화에 대해

마지막에 노무현이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렇다. 나는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재야에서 민주화투쟁할 때는 문제를 제기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 제기해왔다. 중진의원이 돼서는 대안을 생각하게 됐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보니까 대안을 한번 생각해본다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 선택을 해야 해서 나 스스로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미국에서 비행기 타고 오면서 옛날 생각해봤다. 중학교 때 카운슬러 담당이었던 조광제 선생이 수업에 들어와서 중세 교회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사형을 당해 죽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때 지동설을 포기하라 했는데,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죽었다는 것이다. 갈릴레오 역시 지동설 주장하다가 종교재판 들어가서 천동설 수용하고 살아서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태도를 비교해보라고 했는데, 당시에는 도저히 알아들을 능력이 안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거 두가지 다 어느 한가지가 옳은 게 아니라 두 가지 다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한다.

대통령 되고 나서 대화하는 쪽에, 최명길과 김상헌, 그것고 역사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논쟁이겠고, 단재 신채호 선생이. 그러면서도 한신 장군은 어릴 때 동네 부랑한 아이들한데 고개를 숙이고 가랑이를 통과했다고 하죠.

이런 문제들이 내게도 많은 어려움 주는 것 같다.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는 정의는 결코 포기해서. 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 여러분이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

이제 취임한지 80일 남짓 됐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실패해도 좋다는 것을 버리지 않겠다. 대선 직전 정몽준 후보와 나 사이에 있었던 팽팽한 갈등, 나를 기대한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였지만, 이기더라도 제 할 일 할 수 없는 대통령이 될 거라면 일찌감치 실망시키는 게 낫겠다 했다. 실패한 후보가 실패한 대통령보다 낫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끌고 왔다. 지금까지 끌고왔던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 여러분과 함께 했던 90년 이후 화해와 통합, 이 목표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최선을 다하겠다.

▼문답

-대통령의 말에 비판 일고 있다, 후보시절 하던 말과 미국 방문기간 중에 한 말 사이에 차이가 많다. 이런 부분은 자칫 지지자들이나 국민에게 실망감 줄 수 있다. 그런데 미국 갔다온 뒤 명확한 언급 없다.

"내 생각에는 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다. 대등한 한미관계, 소파개정 등등에 관해서 후보 때 얘기했을 거다. 지금은 대등한 한미관계 좋아한다. 소파개정 좋다. 그러나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것은 북핵문제, 한미동맹에 대한 불안 해소하고 거기서 비롯된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도 빨리 해소해야 다른 여러 문제 풀어갈 수 있다. 당선 직후 '선 핵문제 해결, 후 소파문제'라고 했다, 한꺼번에 다 할 방법이 없더라.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무력 방법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전쟁 올 것만 같은 불안 막는 것이 제 1차적인 목표였다. 1차적 목표의 무게는 두 번째 세 번째 것보다 몇 배나 더 무겁다.

두 번째, 미국에 대해 우리는 여러 가지 평가 갖고 있다. 적지 않은 부분에 있어, 미국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미관계라는 것은 여전히 우호적인 관계와 공조관계를 가져가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 존재한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국과 관계 좋지 않으면 북핵문제 해결하기 어렵고, 한반도에 곧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혼란스런 상황 생길 것 같고, 한미관계 조율이 안 돼서 미국이 반한감정을 갖고, 주한미군을 들썩거리면 대통령과 국민 사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판단한 것이다. 한국의 국민들이 먼저 두려워했다. 주한미군 얘기만 나오면, 금방 불안감으로 휩쓸려버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한미관계는 앞으로도 그렇게 가야 한다. 국제적으로 그렇고 국제적 관계에서도 그렇게 가야하고 국내정치에서 지도력을 올바로 행사하기 위해서도 정부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미국과의 관계를 그렇게 갖고 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가서 미국사람 듣기 좋은 얘기해야지, 기분 나쁜 얘기 자꾸 하고 다녀서는 안되지 않느냐 생각하고, 누군가 기분 좋은 얘기 해야하고 실제로 약속하고 왔다. 앞으로 한미간에 새롭게 상황에 따라 문제 제기하고 지적해나갈 것이다.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라.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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