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NYT "외교적 성명으로 핵심 비켜가"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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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15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두 정상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으나 핵심 해법에 대한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논평했다.

▽미국=뉴욕 타임스는 이날 “한미 정상은 북한을 경제제재나 군사 공격 위협으로 고립시켜 갈 것인지를 놓고 빚어진 심각한 입장 차이를 모호한 외교적 성명을 통해 비켜갔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이어 미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 선박 해상 나포 계획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경제제재 등의 문제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날 공동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공개 요구하거나 김정일(金正日)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과거 외국 국가원수 방문시 이라크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 대해 사용했던 어휘들과 극명히 대조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상당한 진전’을 선언했지만 군사공격을 선택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약속은 해주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또 두 정상이 주한미군의 재조정을 위한 계획 마련에 합의한 것을 주목하면서 “이 같은 합의는 북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는 휴전선 바로 밑의 미군을 포함해 한국 내 기지들을 폐쇄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토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에서 제외하고 주한미군 재조정을 유보해 줄 것을 희망하면서 미국에 왔지만 미국은 두 가지 모두 보장해 주지 않았다”고 해설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테러 사건 등의 영향으로 미국 언론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큰 이슈로 다뤄지지 않았다. 백악관 공동성명 발표 시점은 미국인들이 저녁 뉴스를 시청하는 시간대였으나 CNN만 5분 동안 생중계했으며 NBC는 저녁 뉴스 시간의 마지막 뉴스로 30초 동안 보도했다.

▽일본=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재확인함으로써 이번 미국 방문의 큰 목적은 달성했다”며 “다만 ‘평화적 해결’의 내용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의 입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며 부시 정권은 핵과 미사일 개발의 향방에 따라서는 경제제재 등 대북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한국측과 경제제재 등 압력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측의 입장 차이는 그대로 남았다”고 논평했다.

중국의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공동선언은 중국의 입장과도 일치한다고 말하고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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