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출발선에 함께 섰을 뿐이다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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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매끄럽게 끝나 다행이다. 합의 사항을 충실히 담은 공동성명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회담 결과를 설명한 정상들의 태도는 그동안 누적된 오해와 우려를 털어버릴 기회를 잡았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미정상은 어려운 조율 과정을 거쳐 북핵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해결 방향에 관한 원칙을 설정했다. 노 대통령 취임 이후 혼선을 빚던 양국이 드디어 출발선상에 나란히 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현안 해결을 위한 ‘좋은 출발’로 여기는데 만족해야지 목적지가 눈앞에 다가왔다며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당장 공동성명에도 양국의 미묘한 시각차가 담겨 있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에서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합의를 내놓았다. 선제공격을 포함해 어떤 선택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남북교류와 협력을 북핵 문제의 전개 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도 예사롭지 않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누가 더 많이 양보했고, 누가 더 얻어냈느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문제는 어렵게 이룩한 합의 사항의 실천이다. 노 대통령의 표현대로 ‘걱정을 줄이고 희망을 준’ 정상회담이 되려면 양국의 합의가 철저하게 실천되어야 한다. 합의에 대한 해석이 달라 양국이 갈등을 빚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의 대미 인식도 주목의 대상이다. 정상회담과 양국의 신뢰 회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많은 국민이 깜짝 놀랄 정도로 파격적이었던 언행에 대한 책임은 노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다시 말을 바꿔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미국 또한 양국 정상의 합의를 존중해 앞으로 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현안에서 한국의 입장과 처지를 배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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