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외통위 3者회담 설전]"국민속여" "보고 늦어졌을뿐"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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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국이 배제된 북핵 3자회담과 관련,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며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윤 장관은 “국회와 국민을 속인 적이 없다. 이번 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건 우리 국민이다”며 의원들과 설전을 벌여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권법 개정안 등 법안 심의를 위해 소집된 이날 상임위는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으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장관이 외교관례상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알고서도 모르는 것처럼 국회를 속이고 요리조리 피해 다닌 것은 양심의 문제다. 신뢰성 없는 장관을 상대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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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윤 장관은 “다자회담 성사를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다. 이번 일로 가장 크게 혜택을 보는 것은 우리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안을 요하다 보니 보고가 늦어졌지 국회를 경시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국민이 가장 큰 이득을 본다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장관 혼자만 국민의 이득을 생각하는 줄 아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윤 장관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보안을 지키기 위해 성의를 다했다”고 맞받았다.

같은 당 김종하(金鍾河) 의원은 “보안을 지키려면 ‘미국과 약속한 사안이 있어 답변할 수 없으니 양해해 달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 뭘 잘했다고 그러느냐”고 김 의원을 거들자 윤 장관은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그랬다”며 물러섰다.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의원은 “한국이 빠진 3자회담에 대해 우리가 혜택을 받았다는 인식을 갖고 어떻게 국가 안보와 평화, 통일을 이뤄나가겠느냐”며 “3국이 거의 모든 사항을 협의해 놓고 마지막에 가서 한국에 경제적 지원만 요구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원 28명이 발의한 ‘북한 인권개선 촉구결의안’이 상정됐으나 이의 처리 여부를 놓고 여야가 찬반 논쟁을 벌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바람에 의결정족수 미달로 처리가 무산됐다.

한나라당 조웅규(曺雄奎) 의원은 “양심이 새까만 북한 정권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원홍(朴源弘) 의원도 “김정일 인권만 인권이고 북한주민들 인권은 인권이 아니냐”며 결의안 처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지만 시기가 민감한 만큼 일단 북핵 문제를 해결한 뒤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원기(金元基) 의원은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 아닌 만큼 더 논의한 뒤 처리하자”고 가세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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