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위 “北에 아부하고 얻은게 核협상 제외냐”

  • 입력 2003년 4월 16일 2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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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모두 격앙된 표정이었다.

이날 상임위는 당초 법안 심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한국이 빠진 채 북한 미국 중국 3자가 다자회담을 시작하는 게 맞느냐”며 본보 16일자 보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한국이 협상에서 배제된다면 ‘한국이 북핵 해법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말은 무엇이냐. 이는 외교의 자존심 문제를 넘어 국가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따졌다.

같은 당 이부영(李富榮) 의원도 “어제는 모호하게 얼버무리더니 하루 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아무리 대화 성사가 중요하지만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빠진 대화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또 “장관은 국민에게 이 문제가 굴욕적이고 잘못됐다는 것을 밝히고 시정하라”며 “의원총회를 열어 재교섭을 요구하도록 당 지도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 장관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상대국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비공개로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으나 의원들은 “해명부터 하라”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윤 장관은 “적절치 않은 시점에 미리 발표하면 회담이 깨질 우려가 있어 발표할 계획이 없었으나 미국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 부랴부랴 보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의원은 “정부의 원칙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당사자가 참여하지 못하는 회담을 수용한 것은 잘못이다. 핵 문제가 터지면 피해를 보는 건 우리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국회에서 입이 마르도록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하고만 대화하고 한국은 봉쇄한다는 북한의 전략)을 주의하라고 말했는데 인권결의안 표결에까지 불참하면서 북한에 아부하고 돌아온 것은 뭐냐”고 질책했다. 같은 당 맹형규(孟亨奎) 의원도 “국민을 속인 것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북한에 농락당했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 한국을 뺀 3자회담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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