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 宋대변인 ‘경고’로 끝내나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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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실언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청와대 송경희(宋敬熙) 대변인의 거취는 일단 ‘유임’으로 가닥이 정리됐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비서관은 2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송 대변인의 거취와 관련해 별도 보고를 했으나 노 대통령은 현 단계에서 교체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그러나 브리핑 잘못의 책임을 물어 송 대변인에게 경고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송 대변인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이 당장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읽었다”면서 “이전 정부와 달리 대변인이 모든 내용을 다 아는 시스템이 아니므로 제도적인 보완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이어 “과거 박지원(朴智元) 대변인 시절에는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대변인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애를 낳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송 대변인을 감쌌다.

이 홍보수석도 “대변인이 모든 회의를 취합해서 소화해 브리핑하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기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며 “대변인이 처음 하는 일이어서 어설픈 점도 있었을 것이고 기자들도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며 ‘양비론’을 폈다.

이 수석은 대변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오전 11시와 오후 3시 하루 2차례 하고 있는 브리핑을 오후 2시 한 차례만 여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오히려 정보제약을 우려하는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청와대는 이처럼 표면상 송 대변인을 변호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여러 차례 회의를 갖고 경질여부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민정수석실에서는 교체를 강력히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청와대의 입을 교체하기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변인의 말은 곧 대통령의 말이다. 대변인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며 송 대변인의 즉각 교체를 촉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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