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까지 했으면 다한 것"…청와대 대폭 물갈이 시사

  • 입력 2003년 3월 1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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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 부처에 1급 공무원의 인사태풍과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에서 1급 전원이 사표를 낸 데 이어 대부분의 다른 부처에서도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대적인 승진 전보 인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별로 1급 공무원 전원의 사표를 제출받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긴 하지만 퇴직 대상자들이 반발하더라도 법적인 보호는 받을 수 없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68조(의사에 반한 신분조치)에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휴직 강임(降任)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1급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보좌관은 19일 “1급은 원칙적으로 신분이 보장돼 있지 않다. 공무원으로서 1급까지 했으면 다 한 것이다”고 말해 대폭 물갈이를 시사했다. 정 보좌관은 그러나 “청와대에서 일괄적으로 지침을 주지는 않았고 각 부 장관이 알아서 승진 전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부처는 사표가 수리되는 사람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면평가 등 근거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는 이미 1급 전원이 자의든 타의든 사표를 냈다.

행자부에서는 자리가 비어있는 차관보를 제외한 1급 11명 전원이 명예퇴직 신청을 하거나 사표를 제출했다. 행자부는 이들 중 나이가 적은 4, 5명의 사표를 반려하고 나머지는 수리할 예정이다. 행자부는 당초 명예퇴직 대상 1급 간부들을 정해 차관이 1 대 1로 명예퇴직을 권유했으나 몇 명이 반발하자 1급 모두에게 사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부에서는 1급인 차관보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국립수산과학원장이 지난주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기획관리실장이었던 최낙정(崔洛正) 차관이 자체 승진하자 행시 동기거나 임용 시기가 비슷한 기술고시 출신인 1급들이 용퇴한 케이스다.

○…일부 부서에서는 장 차관보다 고시나 학교가 선배인 1급들이 무언의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의 경우 박길상 차관(행시 17회)보다 고교와 행시 선배인 기획관리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교육인적자원부도 50대 초반의 서범석(徐凡錫) 차관이 임명됨에 따라 1급인 기획관리실장이 지난주 사의를 표명했고 교원징계재심위원장과 정치권에서 임명된 차관보의 거취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부는 1급인 여성정책실장이 지은희(池銀姬) 장관의 이화여대 선배여서 여성부 안팎에서는 “본인이 용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부처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1급 6자리 중 국제업무정책관이 공석이다. 현재 사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1급 인사를 준비 중인데 마땅히 옮겨갈 만한 산하기관장 자리도 없어 인사대상자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김칠두 차관보가 차관으로 승진, 차관보 자리가 비어 있고 김 차관과 동기지만 승진하지 못한 무역투자실장은 사퇴했다. 또 기획관리실장은 중소기업청장으로 승진해 가서 1급 3자리가 비어있다.

기획예산처도 1급 3자리 가운데 2자리가 공석이어서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이용섭(李庸燮) 청장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어 1급 인사는 청문회 이후에 있을 예정이지만 1급인 차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의 행시 기수가 이 후보보다 빠르기 때문에 이들 모두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부처에서는 1급 인사도 정기인사 때 함께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문화관광부는 장관이 취임 직후 5개월 후에 인사를 하겠다고 예고해 1급들도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은 임기가 9월까지인 이종남(李種南) 원장이 임기를 채우게 되면 1급 4명도 원장 교체 후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인지 동요가 없는 편이다.

1급 자리가 7개인 통일부와 차장이 처장으로 내부 승진하는 바람에 1급 3자리 중 한 자리가 비어 있는 법제처도 1급 사표보다는 승진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이진 기자 leej@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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