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특검법 수용…국회 재협상 개정안 요구

  • 입력 2003년 3월 14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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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 대북 비밀송금 사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국회에서 통과된 원안대로 공포하기로 했다. 특검법안은 15일 관보에 게재되는 대로 정식 공포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가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결국 특검을 하되 (대북 거래 부분은) 제한적으로 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일단 원안대로 공포키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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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이 법안이 공포되면 법 개정을 통해 조사 범위에 적절한 한계를 두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믿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야간 타협의 길이 막히게 된다”며 “여야가 신뢰관계로 발전하고 상생(相生)의 정치가 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북한과의 거래가 부정한 거래로 규정됐을 때에는 남북대화와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북 거래에 대해선 특검 수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현대그룹의 비밀자금에 대한 특검 수사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특검이 조사하는 것은 기업 투명성과 분식회계가 아니고 자금 조성에 대한 것인 만큼 특검이 그 한계를 잘 지켜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대북 송금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는 “대통령 취임 이후 보고받지 않았다”며 “북한에 송금된 것은 사실인 것 같으나 확실히 확인한 금액은 2억달러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막후 절충을 통해 △북측 인사의 실명 및 북측 계좌 비공개 △수사 기간 최장 100일로 제한 △피의 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 조항 강화 등 3개항의 개정 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노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본 뒤 우리가 할 일은 인색하게 하지 않겠다”고 말해 특검법 수정안 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또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3개항의 개정 방향에 대해 양당 대표와 총무 라인, 청와대측과 사전 조율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5일부터 법안 수정을 위한 후속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며 15일 법안 공포 후 한 달간의 준비기간 등을 감안할 때 특검 수사는 4월 중순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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