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통외통委에 현안보고 '인사청문회' 방불

  • 입력 2003년 3월 12일 19시 15분


코멘트
윤영관(尹永寬) 신임 외교통상부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출석한 1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선 여야 구별 없이 대다수 의원들이 북한 핵 위기, 주한미군 문제 등에 큰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주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특히 윤 장관의 외교적 발언과 언론 기고문 내용까지 거론하며 그의 대미관과 대북관, 외교정책 방향을 캐물어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날 회의에선 북한 핵 개발 저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너무 원론적이고 소극적이어서 한반도의 경제 안보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나라당 김종하(金鍾河) 의원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조차 검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정부의 입장이냐”고 물었다.

같은 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신 정부가 한미관계에 대해 ‘평등’을 자꾸 강조하는 바람에 오히려 한미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이 불평등한 게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영국과 미국은 평등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의원도 “국가간 평등도 중요하지만 외교적으론 실리와 명분을 따져야 한다”며 “우리 경제를 위해서라도 한미관계는 중요하고, 미국과 똑같이 가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그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상천(朴相千) 의원은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해 “최전방에 배치된 주한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되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국군 병력의 증원과 대체비용이 필요하고, 그 경우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군 복무기간 단축’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 파문은 위험성이 낮은 것이었는데, 이것이 현실적 위험이 큰 플루토늄 핵 문제로 비화됐다”며 “이에 대해선 미국도 책임 있다는 점을 (미국측에)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발언을 해주셨다. 앞으로 미국과의 (핵 문제) 논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참조하겠다”며 호응했다.

그러자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의원은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 개발 문제에 대해 국내 일각에선 ‘미국이 거짓말한다’고 뒤집어씌우는 사람들이 있다”고 반박하며 “문제의 본질은 북한이 가져선 안 될 핵을 가지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반미 감정 고조를 우려하며 “촛불시위 배후 세력에는 민족해방(NL) 주사파가 있었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쉼 없이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