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先공포-後수정'論 부상…盧-JP 회동서 절충안

  • 입력 2003년 3월 12일 01시 14분


노무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11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김경제기자 kjk5873@donga.com]
노무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11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김경제기자 kjk5873@donga.com]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대북 비밀송금 사건 특검법과 관련해 여야가 국회에서 수정안을 만들겠다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미 통과된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 자민련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여야가 국회에서 수정안을 만들겠다는 합의를 전제로 특검법을 대통령이 수용하는 게 어떠냐”는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총무의 제안에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되도록 김 총무가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고 송경희(宋敬熙)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한나라당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여야간에 ‘선(先) 법안 공포, 후(後) 내용 수정’ 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의 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미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특검 기간과 수사 대상을 축소한 만큼 더 이상의 특검법 수정은 안 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극적인 입장 선회가 없는 한 노 대통령과 김 총재가 뜻을 모은 ‘중재안’은 도상 시나리오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결정 시한(15일)을 앞두고 해법 마련에 고심을 거듭해 온 여권도 내부적으로는 ‘거부권 행사’ 쪽으로 가닥을 정리해 가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은 11일 상임고문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특검법 거부’로 결론을 내림으로써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이날 ‘재협상을 전제로 한 선 법안 공포’ 입장을 보인 것도 12일 한나라당과의 회동에서 최선을 다해 타협을 시도하되 성사되지 않을 경우 거부권 행사를 강행키 위한 명분 쌓기용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미 특검법안을 그대로 공포할지,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14일 국무회의 소집을 지시해 놓은 상태다.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전문가 등이 특검을 도입할 경우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 있고 더욱이 북한 핵문제를 놓고 대북 대화채널이 절실한 상황에서 특검이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정면돌파’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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