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평검사 토론회]盧대통령 한때 감정격앙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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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자신에 대한 ‘공격성’ 발언이 나올 때는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에 따라 대통령과 검사들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한 검사가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다. 토론을 통해 검사들을 ‘제압’하려면 이 토론은 무의미하다”고 서두를 꺼내자 노 대통령은 즉각 “잔재주로 여러분을 제압하려는 것으로 보는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 이번 인사가 검찰 장악 의도라고 하는데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것 같다”고 맞받았다.

노 대통령은 인사(제청)권을 검찰에 돌려달라는 검사들의 주장에 대해 “내가 인사권 하나 제대로 행사 못하는 결함 있는 대통령인지 화가 나더라”고 이번 사태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특히 검사들이 ‘밀실인사’라는 용어를 자주 쓰자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과 박범계(朴範界) 민정2비서관을 일어서게 한 뒤 “외부 인사라면 이 사람들이 외부인사다. 나는 검찰인사와 관련해서 단 한번도 민주당으로부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몇몇 검사들이 자신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하자 노 대통령은 노기(怒氣)를 감추지 못했다.

한 검사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부산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한 적이 있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뇌물사건을 잘 봐 달라고 했다는데 검찰의 중립을 훼손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노 대통령은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상세히 해명했다.

또 어느 검사가 ‘인사개입’ 논란을 일으킨 노 대통령의 형 건평(健平)씨 문제를 꺼내자 노 대통령은 “대통령 낯을 깎으려고 할 이유가 있나.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할 겁니까”라며 노골적으로 불쾌한 반응을 보였으며, “이 자리는 대통령의 개인적 약점이나 신문에 난 것을 거론하는 자리가 아니다. 아마추어라서 그렇다고 했는데 아마추어라면 검찰에 대한 것도 아마추어답게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그러나 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신뢰받는 검찰을 만들자”며 토론에 참가한 검사들의 박수를 유도해 대통령으로서의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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