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남북신자 첫 종교별 의식

  • 입력 2003년 3월 2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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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2일 오전 11시반 서울 중구 명동성당. 연두색 한복을 차려입은 6명의 북한 여성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특유의 억양으로 가톨릭성가 '평화의 기도'를 합창했다.

북한 조선가톨릭협회 장재언 위원장을 비롯한 평양에 있는 장충성당의 신자 17명이 명동성당을 가득 메운 남측 신자와 함께 미사를 올린 것. 이들이 함께 미사를 올린 것은 분단이후 처음이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 민족대회' 행사를 위해 1일 서울에 온 북한 종교인 40여명은 2일 오전 각 종교별로 예식을 올렸다.

명동성당을 찾은 북측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전 순교자 유해가 안치된 지하묘역 성해실을 참관했다. 장 위원장은 "성지인 명동성당에 오니 신앙심이 샘솟는 듯 하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이들은 특별한 경호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성채를 하는 등 1시간여 동안 미사를 드렸다.

신사동 소망교회(담임목사 곽선희)에선 오전 9시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중앙위원회 서기장 오경우 목사 등 14명의 북측 개신교인들이 예배에 참석했다.

곽 목사는 "북한을 12번 방문할 때마다 꼭 서울에 오라고 했는데 드디어 오셨다"며 환영 인사를 했다.

오 목사는 "북한 개신교인들은 하나님을 믿고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며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며 북한에서 신앙의 자유가 있음을 역설했다. 예배 도중 북측 성가대 4명은 '빈들에 마른 풀같이' 등 2곡의 찬송가를 불렀다.

황병준 조선불교도 연맹 부위원장 등 불교도 6명은 삼성동 봉은사에서 검은색 승복에 붉은색 가사를 입고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 등 200여 불교도와 함께 합동 법회를 가졌다.

황 부위원장은 "서산 사명당 만해 등이 외세의 침략에 대항해 싸운 것처럼 북남 불자들도 승전의 불퇴 정신을 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천도교 리문환 부위원장은 경운동 수운회관 중앙대교당 성화실에서 고유의 종교의식인 시일식(時日式)을 봉행한 뒤 70년대 월북해 북한 천도교를 세운 최덕신 전 천도교령과 류미영 조선천도교 중앙지도위원회 위원장 부부를 언급하면서 "천도교는 김일성 주석 생전 당시 가장 사랑받는 종교였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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