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시대/취임 첫날표정]외빈접견-임명장수여 바쁜하루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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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낮 12시반경 국회에 보낼 고건(高建) 총리 임명동의요청서를 재가하고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등 청와대 보좌진 12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문 실장에게 임명장을 줄 때 “너무 고개 많이 숙이지 않아도 됩니다. 선거 때도 아닌데…”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그도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장에서는 한때 긴장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선서 도중 앞에 설치된 프롬프터(영상 자막기)를 보다가 아예 고개를 숙여 선서문을 직접 보며 읽었다.

취임사를 할 때는 평정을 되찾아 식장에 모인 4만5000여명의 군중을 상대로 20여분 동안 분명한 어조로 취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단상에서 통역기를 통해 취임사를 들은 거스 히딩크 전 월드컵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가슴에 와 닿는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 같다. 보통 사람의 진실된 열정은 언제나 통한다”고 말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접견하는 등 미 일 중 러 4개국 정상 및 고위급 인사와 만났다. 취임 축하 경축연과 외빈초청 만찬에도 참석했다. 이 때문에 점심식사는 청와대 집무실에서 20분 동안 초밥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비서진과 함께 26일 발표할 새 내각의 인선문제를 숙의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오전 9시51분경 서울 명륜동 자택을 떠나며 남다른 감회를 피력했다. 그는 환송 나온 주민 500여명과 5분여 동안 인사한 후 “97년 4월 27일 이곳에 이사 온 후 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쳐 마침내 대통령이 됐다”며 “국민과 함께 따뜻하고 밝은 정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같은 빌라에 사는 이홍자씨(52·여)는 “노 대통령은 최근 같은 빌라에 사는 주민 10여명과 함께 식사를 할 정도로 소탈한 분”이라며 “술 드신 날에는 집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옛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당분간 그 노래를 못 듣게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떠난 명륜동 자택 인근에는 주민들이 만든 ‘초심(初心)’ ‘영원한 희망의 대통령으로’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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