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설훈의원 불구속기소]수사 10개월만에 혐의인정

  • 입력 2003년 2월 12일 18시 49분


코멘트
검찰이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 20만달러 수수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에 대한 고소 사건을 수사 착수 10개월이 지나서야 기소한 것은 전형적인 ‘정치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 대선 이후까지 판단을 내리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민이 사건의 실체를 알고 이를 투표에 반영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근 병풍폭로와 관련, 구속기소된 김대업(金大業)씨 사건 처리 때와 다를 바가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4월19일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이 “내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돈 20만달러를 이 총재에게 전달했다는 설 의원의 주장은 허위”라며 설 의원을 고소하자 두 의원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녹음테이프 등 관련 물증까지 갖고 있다던 설 의원은 막상 수사가 시작되자 별다른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고 검찰 수사는 장기화됐다.

검찰은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가 마무리된 뒤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결론을 유보했다. 지난해 12월 대선이 끝나자 설 의원을 다시 소환 조사했지만 “설 의원이 윤 의원과 고소 취소 협의를 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다시 처리를 미뤘다.

윤 의원은 12일 “이런 단순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데 10개월이나 끈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그래도 검찰이 설 의원의 혐의를 인정, 기소한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설 의원과 윤 의원, 최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서로 상반되는 상황에서 계좌 추적과 통화명세 조회, 녹음테이프 존재 유무 등에 대한 확인을 통해 설 의원의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