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신용전망 두단계 낮춰…"北核악화" 전격결정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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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미국 무디스가 1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A3긍정적(positive)’에서 ‘A3부정적(negative)’으로 두 단계 내렸다.

무디스는 이날 신용등급 자체를 낮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면 보통 몇 개월 뒤에 신용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한국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디스는 이날 열린 신용등급평가위원회에서 북한 핵 문제 등 한국의 안보환경이 나빠진 점을 감안해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재정경제부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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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는 “최근 북한의 행태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과거보다 과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 핵 문제가 악화되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무디스는 국민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와 관련 있는 5개 한국 기관의 등급 전망도 모두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었다.

특히 이번 하향조정은 종전의 ‘긍정적’에서 아래단계인 ‘안정적(Stable)’을 뛰어넘어 바로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무디스가 지난달 신용등급 전망을 내릴 것을 한때 검토했다가 평가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올 4월까지는 ‘긍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의 전격적인 두 단계 하향 조정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한국 관련 채권의 가치와 주가도 소폭 하락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6.90원이나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1209.20원으로 마감해 지난해 12월 13일(1210.00원)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하루 환율상승폭은 작년 7월 26일의 19.5원 이후 가장 컸다.

또 증시에서 코스닥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11포인트(0.26%) 하락한 42.15에 거래를 마쳐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종합주가지수도 한때 15포인트 이상 급락했다가 다소 회복돼 전날보다 1.27포인트 떨어진 575.98에 마감됐다. 이는 2001년 11월 8일(573.04) 이후 15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또 미국 뉴욕시장에서 한국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가산금리는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오른 것을 반영해 7일(현지시간) 120bp(1.20%)에서 10일 126bp(1.26%)로 소폭 올라 채권값이 떨어졌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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