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1억달러도 2000년 6월9일 증발했다

  • 입력 2003년 2월 8일 0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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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가 현대건설에 증발한 1억달러를 빌려준 시점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2000년 5월이 아니라 2000년 6월 9일로 당초 현대상선이 북한으로 돈을 송금하려고 했던 시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 돈이 현대상선의 2억달러와 함께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또 문제의 1억달러는 현대전자가 직접 현대건설의 중동지역 페이퍼컴퍼니로 보낸 것이 아니라 현대건설의 영국 내 은행계좌를 거쳐 송금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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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심현영(沈鉉榮) 현대건설 사장의 부인과는 달리 현대건설이 직접 송금 과정에 중간창구로 개입했음을 의미한다.

7일 하이닉스가 현대건설을 상대로 낸 1억달러 반환청구소장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미국 및 일본 현지법인은 2000년 6월 9일 현대건설의 런던지사에서 알려준 영국 내 은행계좌로 1억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시 1억달러 송금이 너무 급하게 진행돼 돈을 보낸 뒤에야 현대건설로부터 대여약정서를 받았다”고 말해 현대상선이 2억달러를 북한에 보낼 때처럼 현대전자도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송금했음을 시사했다.

현대건설은 1억달러를 받아 다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현대알카파지(HAKC)로 보냈으며 이후 1억달러는 실종됐다.

이어 2000년 7월 20일 현대전자 영국 현지법인은 현대전자 미국 및 일본 법인이 현대건설에 1억달러를 빌려주었던 것과 관련해 스코틀랜드 반도체 공장 매각대금으로 이들 법인에 현대건설 대신 빚을 갚아 주었다. 대신 현대전자 영국 현지법인은 현대건설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위해 현대건설로부터 같은 금액의 채권을 인수했다.

2000년 6월 9일은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4000억원 가운데 2235억원(약 2억달러)을 북한에 보내기로 한 날짜여서 대북 송금은 서울과 영국 두 곳에서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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