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고위 관계자와 내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예비접촉에서 정 회장과 이 회장은 현대의 독점적인 대북 교류 대가로 5억달러를 주기로 최종 합의해 정상회담과 현대의 대북사업이 한 묶음으로 추진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내일신문은 7일자에서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과 절친하게 지냈던 한 경제계 원로의 말을 인용해 “정몽헌 회장이 대북 교류 대가로 5억달러를 주기로 최종 합의하고 계약서를 체결한 것은 2000년 3월 17일이며 이 자리에는 박지원(朴智元·대통령비서실장)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경제계 원로는 “계약서를 체결하는 자리에 북측에서는 송호경(당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황철(아태위원회 실장)이, 현대에선 정몽헌 회장, 박지원 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정 명예회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도 “대북 사업의 자금조달과 조정역할을 하던 이익치 회장도 당시 예비접촉 때 정 회장과 함께 배석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그룹의 해외자금 유치를 위해 미국과 일본에 각각 체류 중이던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회장은 이 예비접촉에 참석하기 위해 급히 중국으로 갔다.
경제계 원로는 정 명예회장의 말을 빌려 “당초 북측에서 요구한 금액은 10억달러였으나 3월 17일 밤새 절충한 끝에 5억달러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경제계 원로가 전한 대로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당국자간 예비접촉 때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회장 등 현대 수뇌부가 참석한 것은 대북 비밀송금이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 대가’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최종 목표를 둔 ‘패키지’ 거래라는 설명이다.
즉 북한은 두 가지를 한 묶음으로 보고 현대의 대북 송금을 조건으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해 주었다는 것이다.
경제계 원로는 그 전에도 정 회장의 말을 빌려 “현대측에서 총 5억달러를 북한에 보냈으며, 그중 1억달러가 제때 입금되지 않아 정상회담이 하루 늦춰졌다”고 주장해 이런 정황을 뒷받침했다. 한편 박지원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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