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4월 정상회담 예비모임 정몽헌-이익치씨도 동석

  • 입력 2003년 2월 8일 0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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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 4월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에서 가진 남북한 당국자들의 예비 접촉모임에 정몽헌(鄭夢憲·현 현대아산이사회회장) 당시 현대그룹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당시 현대증권 회장이 배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와 내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예비접촉에서 정 회장과 이 회장은 현대의 독점적인 대북 교류 대가로 5억달러를 주기로 최종 합의해 정상회담과 현대의 대북사업이 한 묶음으로 추진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내일신문은 7일자에서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과 절친하게 지냈던 한 경제계 원로의 말을 인용해 “정몽헌 회장이 대북 교류 대가로 5억달러를 주기로 최종 합의하고 계약서를 체결한 것은 2000년 3월 17일이며 이 자리에는 박지원(朴智元·대통령비서실장)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경제계 원로는 “계약서를 체결하는 자리에 북측에서는 송호경(당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황철(아태위원회 실장)이, 현대에선 정몽헌 회장, 박지원 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정 명예회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도 “대북 사업의 자금조달과 조정역할을 하던 이익치 회장도 당시 예비접촉 때 정 회장과 함께 배석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그룹의 해외자금 유치를 위해 미국과 일본에 각각 체류 중이던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회장은 이 예비접촉에 참석하기 위해 급히 중국으로 갔다.

경제계 원로는 정 명예회장의 말을 빌려 “당초 북측에서 요구한 금액은 10억달러였으나 3월 17일 밤새 절충한 끝에 5억달러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경제계 원로가 전한 대로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당국자간 예비접촉 때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회장 등 현대 수뇌부가 참석한 것은 대북 비밀송금이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 대가’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최종 목표를 둔 ‘패키지’ 거래라는 설명이다.

즉 북한은 두 가지를 한 묶음으로 보고 현대의 대북 송금을 조건으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해 주었다는 것이다.

경제계 원로는 그 전에도 정 회장의 말을 빌려 “현대측에서 총 5억달러를 북한에 보냈으며, 그중 1억달러가 제때 입금되지 않아 정상회담이 하루 늦춰졌다”고 주장해 이런 정황을 뒷받침했다. 한편 박지원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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