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5억 北에 갔다]뒷돈 주고 산 南北정상회담?

  • 입력 2003년 1월 30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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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북한에 송금한 2235억원과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성사간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가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초 이 문제가 불거진 것도 지난해 9월25일 국회 정무위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이 “현대상선이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6월 7일 산업은행에서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 받은 돈이 북한에 넘어갔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 돈이 국가정보원을 거쳐 북한에 송금됐다며 구체적인 정황까지 내놓았다.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현대상선이 4000억원을 국정원에 넘겨주라는 현대그룹 고위층의 지시를 받고 수표로 찾아 국정원에 전달했다”면서 “국정원은 이 돈을 북한의 해외계좌로 넣었으나 송금 과정에서 잠시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일자가 2000년 6월 12일로 잡혀 있었으나 국정원이 4000억원을 북한의 해외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잘못 송금, 돈을 다시 회수해 북한에 보내는 바람에 정상회담이 하루 늦춰졌다는 게 한나라당의 ‘확신’이었다.

현재로선 이 돈이 정상회담에 영향을 줬는지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송금 과정에서 국정원의 개입 여부가 우선 밝혀져야 하지만 청와대와 현대상선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인했던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가 사실상 DJ의 정부의 대북창구 역할까지 맡았고 정상회담 직전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장관이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송호경(宋浩景)도 사실상 현대의 대북협력 접촉 채널이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대북지원 자금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선불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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