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새정부 줄대기’ 법석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55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지난달 말 “인사청탁을 할 경우 패가망신할 것이다”는 강력한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장관 인선을 앞두고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노 당선자측에 대한 ‘줄대기 경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 노 당선자의 측근 인사들과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은 물론 선대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는 “새 정부에서 좋은 자리를 맡게 해 달라”는 공직자들의 청탁이 온갖 연줄을 통해 밀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노 당선자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의 임채정(林采正) 인수위원장과 신계륜(申溪輪) 비서실장 사무실에는 눈도장을 찍으려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매일 10명 이상 몰려들어 이를 제지하는 경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달 초 경찰 총경급 인사 직전 민주당의 한 핵심 인사는 평소 친분 있는 야당 인사의 부탁을 받고 경찰청 간부에게 “큰 하자가 없으면 A씨가 승진할 수 있도록 잘 봐 달라”고 했으나 “원래 승진 대상자였는데 민주당의 다른 실세 의원이 적극 천거한 다른 승진 후보자에게 이미 밀렸다”는 대답을 들었다.

▼관련기사▼

- 장관후보 인터넷추천 부작용 속출
- 총리물망인사,盧측근에 신년蘭선물

또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군에 들어 있는 한 인사는 새해 인사 명목으로 민주당 선대위의 일부 본부장급 인사들에게 난(蘭) 화분을 보내 구설수에 올랐다.

노 당선자측의 인맥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탓에 “실세가 누구냐”를 탐문하는 움직임도 치열하다. 정부 부처의 모 현직 차관은 최근 고향 후배인 민주당 당료 K씨에게 “누구에게 줄을 대야 하느냐”고 문의하고 노 당선자 주변 인맥에 대한 강의를 1시간여 동안 들었다는 후문이다.

새 정부에 대한 줄대기 현상은 노 당선자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이미 본격화됐다는 게 민주당 인사들의 전언이다. 한 의원은 “지난해 12월 중순 정부 부처의 현직 장관 1명과 전직 장관 1명이 전화를 걸어와 ‘조그만 성의를 준비했으니 노 후보에게 말씀 좀 넣어 달라’며 적지 않은 액수의 후원금을 낸 일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새 장관에 지연 학연이 있는 특정 인사를 밀기 위해 노 당선자측에서 국민참여센터를 통해 접수하고 있는 온라인 추천에 나서려는 ‘세몰이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