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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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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찰대 총동문회장을 지낸 황운하(黃雲夏·40·경정) 서울 용산서 형사과장은 8일 오후 ‘경찰 수뇌부는 역사 앞에 죄인이 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찰 등의 반발을 우려해 (수뇌부가) 미리 위축된 자세로 임하는 것은 패배주의”라고 지적했다.
황 과장은 “지금처럼 주변 여건이 유리한 상황은 다시 오기 어렵다”며 “일부 경미한 범죄에 한해 독자적 수사권을 추진하려는 수뇌부의 움직임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스스로 박차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직의 자존이 걸린 일을 (수뇌부) 혼자 거국적 안목에서 보는 것인 양 행동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라며 “이는 권력자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으려는 데 불과하며 자신의 영달을 위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경찰청은 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를 앞두고 있으며 전면적 수사권을 경찰이 갖는 독립안과 일부 경미한 범죄에만 수사권을 갖는 안 등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사이트에 개인 의견을 올린 것을 징계하기는 어렵다”며 “단지 간부로서 글의 표현이나 문제 제기 방식이 성숙하지 못해 게재과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동문회 사이트라는 폐쇄 공간에서 개인의견을 말한 것뿐”이라며 “언론이나 외부에 공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속성상 개인의견이 일반에 쉽게 공개될 가능성이 크고, 본인이 경찰대 동문회장을 지내는 등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찰대 출신 현직 경찰관은 모두 1946명으로 이중 36명이 경찰서장급인 총경으로 재직중이다.
한편 황 과장은 99년 수사권 독립 문제가 제기됐을 때에도 자신의 휘하에 있다가 검찰에 파견된 경찰관들을 모두 복귀시켜 화제가 됐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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