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시대]16대 대선 의미/50代 대통령시대 열었다

  • 입력 2002년 12월 20일 00시 04분


21세기 들어 처음 치러진 16대 대통령선거는 한국 정치사의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선거는 지난 30여년간 한국 정치를 좌우했던 ‘3김(金)’이 퇴장하고 그 뒤를 잇는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50대의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정치판의 완벽한 세대교체가 급격히 진행될 전망이 커졌다.

여기에다 87년 대통령선거 이후 처음으로 지역색이 엷어지면서 세대-이념간의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선거운동에 있어서도 돈과 조직을 이용한 대중 동원선거에서 TV와 인쇄매체, 인터넷을 동원하는 미디어시대로의 본격적인 전환이 이뤄졌다.

3김이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는 점은 가장 상징적인 변화다. 15대 대선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퇴장하게 된 데 이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도 정치적 존재 의미 부여가 이제 어려운 상황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50대 정치인들이 대거 정치의 중앙무대를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새로운 변화의 큰 동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이 여권의 중핵 세력으로 등장함에 따라 야권에서도 한나라당의 서청원(徐淸源) 대표를 비롯해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박근혜(朴槿惠) 강재섭(姜在涉) 이부영(李富榮) 의원 외에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 등이 차기를 겨냥한 본격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비영남 출신 한나라당 후보’와 ‘영남 출신 민주당 후보’가 격돌한 것도 이번 대선을 경계로 지역주의가 완화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번 대선에서 영남 출신이기는 하나 DJ가 창당한 민주당 후보로서 노 후보가 영남에서 20%를 넘어선 것은 새로운 이정표라 할 만하다.

다만 호남에서 노 후보가 90%를 넘는 몰표를 얻은 것은 그의 정치적 행보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역대결 구도는 느슨해진 대신 20, 30대와 50대 이상의 ‘세대 대결’이라는 새로운 ‘전선(戰線)’이 형성된 것은 앞으로의 정치판이 새로운 환경에 직면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또 지역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던 정치권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결 양상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결국 우리의 정치지형이 지역과 세대, 이념이 혼재된 정당대결 구도를 거쳐 결국 이념적 스펙트럼의 구분이 뚜렷한 양당 구도의 정착을 향해 움직일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노 후보 자신도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내걸고 국민적 심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차기정권에서는 당장 권력 운용의 틀을 바꾸는 현실적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비록 노-정 공조는 무너졌다고 해도 차기 정권에서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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