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류 탓인지 이 후보는 이날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 후보가 내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의 허구성을 집중 공박했다.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문제가 충청지역의 민심을 자극하고 있어 정면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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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4월 민주당 경선 당시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하자 노 후보는 분명히 반대했다”며 “이전비용 문제 하나만 봐도 얼마나 즉흥적인 공약인지 알 수 있다. 이것이 ‘낡은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노 후보가 이전 비용을 6조원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전남도청 이전 2조5000억원 △충북도청 이전 2조8000억원 △인천공항 건설 7조5000억원 등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반박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충청도 곳곳을 다니며 가는 곳마다 수도 이전의 대상지인 것처럼 충청인을 현혹시키고 있으나 결국 지역간 갈등과 대립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감정에 호소하려는 읍소전략도 구사했다. 노 후보와 차별화하기 위해 스스로 ‘충청인’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맞설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 대전 충남지역에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옮겨 ‘과학기술수도’를 만드는 것을 비롯해 충청권 발전 10대 공약이 바로 그 것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엄정중립’을 선언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에 대한 관계 설정을 놓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함과 충청표 득표를 위한 현실과의 ‘거리’ 때문이다.
당초 회견문 초안에 나온 ‘충청이 낳은 정치지도자, 김종필 총재를 정치 대선배로 깍듯이 모시면서, 구국의 큰길을 함께 갈 것이다’란 구절이 최종 문안에서 급히 삭제된 데서 이 후보의 고민이 엿보였다. 결국 그는 회견문에서 JP를 거론하지 않은 채 “국가원로의 경륜과 지혜가 필요하다”고만 말했다.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