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수출국 입증 美 '악의 축' 근거 획득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9시 05분


스페인 전함에 나포된 뒤 미국 해군에 인계된 북한 화물선 ‘소산호’가 억류 사흘 만에 풀려난 것은 국제법상 뚜렷한 나포 근거가 없고, 예멘 정부가 강력하게 억류 해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 경찰임을 자임하는 미국이 어딘지 모르게 싱겁게 사건을 처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기의 목적을 거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북한이 미사일을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계획이 드러난 데 이어 미사일 수출까지 공개됨으로써 ‘북한〓악의 축’이라는 미국의 주장이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 따라서 앞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미국 중심의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근거를 만든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미국이 공해상에서 미사일을 비롯해 대량살상무기(WMD) 거래를 사전에 저지할 수도 있다는 실력과시를 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미국이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북한 화물선을 풀어준 것이 거꾸로 북한에 미사일판매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격이 됐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예멘 정부가 9·11테러 이후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겠지만, 한편으로는 정상적인 거래를 통한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국제법적으로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사건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다른 미사일 구매 희망국들을 움츠리게 만들고, 결국은 북한의 미사일 판매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이번 사건은 북한과 북한의 미사일을 구입하려고 희망하는 나라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평가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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