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사일船 반환, 北 면죄부 아니다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8시 45분


미국이 억류했던 북한 미사일 선박을 사흘만에 풀어줌으로써 이번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문제의 잠재적 폭발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앞으로 닥칠 본격적인 북-미간 갈등의 예고편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다.

미국은 예멘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북한 미사일 선박의 예멘행을 허용했지만 이것을 미국이 완전히 물러선 것으로 풀이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이번 일로 북한이 위험천만한 미사일 확산국가라는 증거를 세계에 확인시켰고, 북한 및 중동지역의 미사일 거래국가들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를 거뒀다. 반(反) 테러전쟁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예멘에서는 ‘북한 미사일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얻어냈다.

무엇보다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과시했다. 배가 북한 항구를 떠날 때부터 미국 정보망이 줄곧 추적했다는 사실도 미국의 집요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이 미사일 선박을 놓아준 것이 북한에 면죄부를 준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이 9·11 테러 이후 더욱 불안정해진 중동지역에 미사일 수출을 강행하는 등 미국에 맞서는 식으로 나와서는 위기만 키울 뿐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준비 중인 대(對) 이라크전의 다음 차례는 북한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 않는가. 이 위기를 해소하려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북한이 먼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할 때 북-미 대화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정부는 어제도 북한과 경협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혹시라도 ‘대량살상무기는 미국 소관’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지금 모든 남북대화 통로는 오로지 북한 핵과 미사일문제 해결에 집중돼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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