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우선 단일화 합의의 이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청와대 음모론’을 모티브로 전면적인 ‘반(反)단일화’ 공세를 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노-정 야합은 결국 청와대와 이 정권이 부패권력을 연장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연출하고 있는 대(對)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 대표는 “단일화는 인위적으로 현재의 대선구도를 바꿔 97년 DJP 야합에 이은 또 하나의 ‘나눠먹기 정권’을 만들어 보겠다는 정치적 음모”라며 “정치부패세력인 민주당과 경제부패세력인 정몽준씨의 야합이 이뤄져 이 정권이 부패권력 연장 음모를 지속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노-정 후보 단일화를 DJ정권 연장 음모로 몰아세우면서 ‘부패정권 심판론’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부산을 방문 중인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이날 부산 MBC토론회에서 “(노-정 단일화는) 5년 전 DJP 합의를 떠올린다”며 “이념과 정치 방향이 전혀 다르면서도 오직 이회창을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공동정부’를 만든 DJP 연합이 이 나라를 모두 실패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공세의 한편으로 한나라당은 노-정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가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누가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유리할지의 문제에 대한 분석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번 단일화 논의가 ‘정몽준 옹립이라는 사전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는 정치공작’(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이란 시각과 노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한나라당이 노-정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정부를 선거에 끌어들여 선거분위기를 혼탁케 하려는 음해를 즉각 중단하라”며 강력 반박하고 나섰다.
박 수석은 또 한나라당이 ‘부패권력 연장 시도’라고 주장한 데 대해 “외환위기를 불러오고 한보사건 수서사건 등 권력형 부패사건의 당사자들이 모여 있는 한나라당은 부패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