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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5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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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소집된 민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장은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초반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추 최고위원이 지목한 사람은 박상천(朴相千) 정균환(鄭均桓) 이협(李協) 최고위원. 결국 다른 최고위원들이 “지금은 후보끼리 단일화를 논하고 있으니 그런 얘기할 계제가 아니다”고 만류했고 한화갑(韓和甲) 대표도 “첫째도 단합, 둘째도 단합, 셋째도 단합”이라고 진화에 가세해 일촉즉발의 분위기는 애매하게 봉합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내분사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중진들과 각 세력의 속셈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우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진영은 단일화 협상의 이니셔티브를 쥐면서 다소 여유가 생긴 분위기다. 특히 한화갑 대표와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이 ‘당 잔류’를 사실상 결정함에 따라 범동교동계의 대거 이탈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노 후보측은 정균환 총무에 대해서는 붙잡고 싶은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으나 박상천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거취를 분명히 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노 후보측은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추가 이탈은 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광옥 최고위원이 14일 탈당파의 복당을 촉구한 이후 일부 탈당의원들로부터 조심스러운 타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 후보와 거리를 둬온 호남출신 중진들은 ‘각개약진’의 자세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자연스럽게 단일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면 그만이지만 단일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노 후보냐, 정몽준(鄭夢準) 후보냐의 선택을 놓고 이합집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들의 최종 입장정리는 ‘명분’과 ‘실리’, 그리고 ‘호남 민심’의 향배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가신출신인 한화갑 대표나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한광옥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문패’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한광옥 최고위원의 측근인 박양수(朴洋洙) 의원이 선대위 조직특보를 맡는 등 노 후보쪽에 접근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노-한 쌍두마차 체제로 당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게 그의 전략인 듯하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정 후보 중심의 제3정당 출현시 대표직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어차피 2004년 총선 직전까지 정계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정치권의 지형변화와 관계없이 일정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