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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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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묵은 관행을 고치려면 4일부터 시작되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의 불투명성을 고치라고 제안했다.
▽회의공개를 꺼린다〓매년 계수조정 소위는 4, 5일 일정 가운데 처음 하루나 이틀만 공개하는 반(半)공개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매년 소위가 열리는 첫날 아침이면 예산심의 감시를 위한 시민단체나 취재기자들은 자리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골방’으로 불리는 국회 5층의 소 회의실이 워낙 비좁기 때문이다.
회의에는 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 선임된 의원 11명 이외에 기획예산처 직원, 국회 예결위 전문위원 등 20여명이 방청한다. 자리 부족을 이유로 시민단체나 기자단은 지난해부터 2명씩만 참석하기로 결정됐고, 의원들의 발언을 담을 방송카메라는 회의장에 들어올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또 국회내 폐쇄회로 TV방송도 이 회의만큼은 중계하지 않고 있다.
국회는 ‘인기 회의’인 계수조정소위를 왜 ‘작은 방’에서 열겠다고 고집하는 것일까. 한나라당 관계자는 “자리 제한 때문에 건설예산이 다뤄질 때 건설분야 전문가가 들어와 의원들의 예산증액 요구 발언을 철저히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실련 이강원(李康源) 시민국장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의원들이 중심이 되므로 사실상 기획예산처가 일방적으로 회의를 주도하는 모습을 목격해 왔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반론도 만만찮다. 예산전문가인 한 의원은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이라지만 이익단체가 관련 예산을 삭감한 의원을 상대로 집단 민원을 내는 경우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제대로 된 속기록도 없다〓지난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사는 국회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낮 시간 동안 협의한 내용은 없었던 일로 하고 새로운 예산안을 짜는 막후회의는 이때 시작된다. 결국 소위 회의에선 “간사간 합의에 따라…”라며 뒷거래 내용대로 의사봉을 두드리는 일이 발생했다. 국회 관계자는 “계수조정소위의 회의록이 일부 작성되지만 알맹이가 빠져버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 이 국장은 “매년 3월쯤 공개되는 회의록 요지가 두루뭉술해서 지난해 예산심사 평가서를 발표해도 주목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계수조정소위 회의가 시작되면 정작 해당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통해 수정한 내용은 아예 무시된다. 계수조정소위 소속 의원들이 처음부터 새롭게 ‘칼질’을 하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의 한 간부는 “각 당이 지역별로 나눠먹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상임위 의결사항은 참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의원들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사업의 우선 순위를 따지기보다는 자기 지역의 사업에 예산을 먼저 줘야 한다는 ‘압박성’ 질의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상임위나 예결위 회의내용이 무시되는 관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쪽지 밀어넣기〓계수조정소위의 한 의원은 3일 “벌써부터 민원이 쏟아져 들어와 교통정리에 정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친분 있는 동료의원, 상임위를 통해 안면이 있는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연말 대선은 물론 2004년 총선까지 고려해야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청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각 당 계수조정소위 위원을 선임할 때 지역을 안배하는 것도 ‘내 고장 동료 의원의 요청을 제대로 관철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지역 대표주자가 회의에 참석해 ‘끼워넣기’식의 예산 조정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 예결위는 2일 계수조정소위 위원장에 민주당 홍재형(洪在馨) 의원을 선임하고 위원으로 한나라당 권기술(權琪述) 백승홍(白承弘) 이재창(李在昌) 정의화(鄭義和) 심규철(沈揆喆), 민주당 장성원(張誠源) 설훈(薛勳) 최선영(崔善榮) 김효석(金孝錫), 자민련 송광호(宋光浩) 의원을 선임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