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50]빅3후보 메시지

  • 입력 2002년 10월 29일 19시 33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29일 동아일보에 보낸 대선 D-50일 메시지에 자신의 ‘체취’와 ‘의지’를 담기위해 마지막까지 직접 세심하게 문구를 챙겼다. 이 후보는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입법 사법 행정에 걸친 국정 경험을 강조하도록 참모진에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노 후보는 메시지를 구술한 뒤 선대위 기획본부에서 정리한 문안을 직접 수정했다. 정 의원도 지방순회 도중 언론 출신 특보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골격을 정한 뒤 29일 오전 최종 문안을 직접 ‘OK’했다.》

▼한나라 이회창후보▼

지금 나라 안팎이 여러모로 어렵습니다. 북한핵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안으로는 정치불신, 경제침체, 사회불안, 안보 부재의 총체적 국정 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저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권력부패, 무질서, 불공정으로는 희망이 없습니다. 새롭게 바꿔야 합니다. 이제 저 이회창과 한나라당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첫째, 역사상 가장 깨끗하고 유능한 ‘정부다운 정부’를 세우겠습니다. 훌륭한 인재들을 두루 모아서 국정을 혁신할 것입니다. 권력 부패만은 영원히 사라지도록 할 것입니다.

둘째, 국민대통합과 화해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대탕평 인사, 균형있는 지역발전,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 보복을 없애서 용서와 화해와 전진의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셋째, 국민 누구나 신나게 일하고 투자하는 활기찬 시장경제를 만들겠습니다. 교육과 과학기술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10년 내에 국민소득 2만5000달러 시대, 세계 10대 강국안에 들 수 있는 기반을 닦겠습니다.

넷째, 무너진 법과 원칙을 다시 세우겠습니다. 국가기관을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곳으로 되돌려드리겠습니다.

다섯째, 원칙있는 대북정책으로 진정한 평화와 바른 통일을 앞당기겠습니다.

나라의 운명,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사법, 행정, 입법 3부를 거치면서 쌓아온 국정경험을 살려서 원칙있고 합리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입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현명하신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민주 노무현후보▼

이번 선거는 21세기의 첫 대통령 선거입니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느냐 미래로 나아가느냐를 결정짓는 선거입니다. 구시대의 권위주의와 정경유착의 낡은 틀을 벗고 새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하는 선거입니다.

저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국민의 힘으로 당당히 승리할 것입니다. 특권을 뿌리뽑고 성실하게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보통국민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분열과 대립이 아닌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어 나가겠습니다.

재벌중심의 덩치만 큰 병든 경제를 치유하고 튼튼한 일류경제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남북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남북 교류협력을 통해 국운 융성의 새 활로를 개척하겠습니다.

이러한 노력 위에서 대한민국을 ‘신(新)동북아 시대’의 중추국가로 도약시킬 것입니다. 행정수도 이전 등 지방의 균형발전과 분권화를 실현할 것입니다. 미래를 주도할 지식정보화 사회를 완성하고 사람의 가치와 권익이 신장되는 ‘신(新)인본주의’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왕(王)을 뽑는 선거가 아닙니다. 평생 지시만 하고 이웃의 아픔은 한번도 헤아려 보지 못한 사람을 뽑는 선거도 아닙니다. 과거가 떳떳하고 투명하면서 국민을 대통령처럼 모실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최근 수많은 국민이 점심값을 아껴가며 1만원씩, 2만원씩 후원금을 보내주시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들입니다. 국민이 진정으로 나라의 주인이 되는 ‘국민대권(大權)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특정 정치세력의 성공이 아니라 국민이 성공하는 시대를 반드시 열겠습니다. 열심히 준비했고 자신도 있습니다.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통합21 정몽준후보▼

대선 출마를 준비한 지 두 달 남짓밖에 안됐지만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셔서 더욱 힘이 납니다.

어느 원로께서는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사생결단식으로 덤비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죽을 때까지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5년 임기의 선거를 준비하면서 사생결단식 자세로 나오는 것은 집권할 경우 정권을 패거리 세력의 전유물로 삼겠다는 속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번에 두 번째 출마하는 한 후보는 “이번에도 떨어지면 무슨 낭패냐”는 생각 때문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페어플레이는 상대편을 존중하는 정신입니다. 내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도 좋지만 내가 져도 훌륭한 상대를 만나서 기분이 좋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페어플레이가 됩니다. 내가 이회창 후보라면 “법에 관해서는 내가 더 잘 알지만 경제와 국제문제를 더 잘 아는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축하할 일이다”는 자세를 보일 것입니다.

선거는 축제입니다. 상대편을 존중할 때 축제가 되는 것입니다. 6월 월드컵축구대회 때 우리 모두는 화합 속에 커다란 감동을 느꼈습니다.

현재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양자대결에서는 제가 1등을 유지해왔고 다자대결에서는 계속 2등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 대전 강원 충청 지역에서는 계속 1위입니다. 영남과 호남에서 지지해주신다면 제가 전국에서 고루 지지를 받아 압도적으로 당선될 수 있습니다.

12월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치혁명을 이뤄 국민들께서 6월 월드컵축구대회보다 훨씬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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