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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8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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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7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북한에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는 한편 평화적 방법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방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90년대 초 이후 1, 2개의 핵무기를 생산했을 수 있다는 중앙정보국(CIA) 등의 평가를 인용해 “나는 그들이 적은 수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AFP통신과 영국의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도 이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가 “북한이 94년(제네바 기본합의) 이전에 핵무기 1, 2개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이며 북한은 핵무기 2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이 핵 계획을 시인하고 4개의 핵 협정을 위반했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사찰과 검증은 아무런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해 사찰 단계를 건너뛰어 핵 프로그램의 즉각적인 폐기를 북한측에 요구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는 18일자에서 “미 정보관계자들은 북한이 최근 시인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 장비를 제공한 주공급자는 파키스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무기화할 수 있는 등급의 우라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가스원심분리기 등이 포함된 이들 장비는 90년대 말에 시작된 북한-파키스탄간 물물교환의 일환으로 북한이 파키스탄에 미사일을 주고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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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정보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자강도 하갑이 농축우라늄 핵무기 개발 장소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18일 “부시 행정부는 1년 뒤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북한의 생산능력은 초기엔 1년에 6개 정도지만 북한을 세계 8번째의 핵보유국으로 만드는 데 충분하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17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시인한 것은 “걱정되고 정신이 들게 하는 (troubling and sobering) 뉴스”라면서 다음주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스콧 매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외교통로를 통해서 다루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는 부시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대북교역을 제한하는 방법 등 몇 가지 ‘직접적인 수단’을 행사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의 한 정보소식통은 18일 “미국은 북한이 94년 제네바 기본합의 체결 이후 서너 차례에 걸쳐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95년 5000만달러를 들여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플루토늄 완제품을 구입하려는 계획을 포착한 뒤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아직 핵무기 개발로 직결되는 고농축 실험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제3국으로부터 반입한 증거는 포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수준이 아직 실험단계로까지 접어들지는 않았다”며 “북한의 수준은 초보적인 단계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도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필요한 핵폭발 실험을 했다면 지진파나 공중파 등으로 감지되지만 그런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