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통합신당 실타래'…진영마다 셈법 달라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31분


《탄력이 붙는 듯 하던 반창(反昌)-비노(非盧) 세력의 통합신당 창당 움직임이 주춤하고 있다. 각 진영의 셈법이 제각각인 데다 내부 사정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 창당작업은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몽준 후보▼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변화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원내세력화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 의원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 의원들이 정 의원을 도우려하는데 왜 선을 긋느냐”는 질문에 “선 긋는 것은 없다”면서도 “대구 부산을 다니며 나에게 ‘깨끗한 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핵심 참모들은 아예 “우리가 바라는 합류 1순위는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이고, 2순위는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의원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의원을 비롯한 이미지가 깨끗한 의원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진전이 별로 없는 상태다.

게다가 후단협이나 자민련측과의 연대의사 자체가 없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자칫 세력 부재의 고립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 정 의원은 어정쩡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 후보단일화協▼

후단협은 자중지란에 빠진 상태다.

정몽준 지지파, 이한동(李漢東) 지지파, 관망파, 이인제(李仁濟)계 등 참여집단별로 성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협상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선 정 의원측과 협상을 진행해 온 김원길(金元吉) 의원에 대해 “협상 전권을 주지도 않았는데…”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고, 정몽준 지지파 중에서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먼저 탈당하자”는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비노(非盧) 성향의 원외위원장 일부는 “의원들이 자기들 지분만 챙기려 한다”며 다음주 중 독자적으로 정 의원측 진영에 합류키로 했다.

한편 김영배(金令培) 후단협회장은 ‘국민경선 사기’ 발언 파문과 관련해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보도됐다”며 “국민과 국민경선 참여자와 당원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후단협은 조만간 회의를 소집해 ‘국민경선 사기’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영배(金令培) 회장의 교체 등 내부 전열 정비에 나설 계획이며 최명헌(崔明憲) 의원이 후임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통합신당 결성에 대해 “나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로는 활로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소속 의원들의 김 총재에 대한 충성심도 예전같지 않다. 최근 김 총재가 후단협과 통합신당에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소속 의원들은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지역구 의원 9명 중 통합신당 구상에 적극적인 의원은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 정도이고 대부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정몽준 지지도를 꺾기 위해 자민련 의원들에 대한 개별 접촉에 나섰고, 일부 의원들은 한나라당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빅뱅 전야’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구〓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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