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對北 뒷거래 국정조사 강행"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49분


4억달러 대북 비밀지원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또다시 힘 겨루기에 들어갔다. 공적자금 국정조사에 이은 ‘국조 2라운드’인 셈이다.

국조요구서를 7일 국회에 제출한 한나라당은 대북 뒷거래 의혹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사안은 현 정권과 함께 현대그룹도 얽혀 있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을 동시에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8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끝나는 16일까지 민주당과 협상이 안되면 국정조사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며 “국조가 제대로 안되면 특검제 도입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수의 정치’라는 비난 여론도 있겠지만 일단 국조나 특검이 진행되면 폭발적인 내용들이 불거져 결국 대선에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란 게 한나라당의 계산이다.

한나라당 내 ‘김대중 정권 대북 뒷거래 진상조사특위’의 이상득(李相得) 위원장은 “핵심은 현대상선에 대한 부정대출과 이 돈의 행방, 딱 두 가지뿐이다”며 “당력을 총동원해서 청와대, 금감원, 산업은행, 현대상선과 맞붙어보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을 반드시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특위 위원들은 수시로 회의를 열어 자료수집, 제보자 면담 등 역할을 분담해 준비하고 있다. 이미 많은 증언과 제보를 확보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설(說)만 갖고 국정조사를 할 수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사권과 계좌추적권이 없는 국회가 국조를 해봐야 진실은 못 밝히고 정치 공방만 벌일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정몽헌 회장이 4000억원을 현대 자구계획에 썼다고 이미 밝혔다”며 “금감원과 감사원의 조사를 우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이 자신의 ‘전화 대출압력’을 증언한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조만간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밀지원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곁가지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은 검찰 수사를 핑계로 국조를 거부하기 위한 술수다”며 국조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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