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빈장관 전격연행]‘형제국’ 北-中 이상기류?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39분


중국 공안당국이 북한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인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전격 체포한 것은 양국의 전통적인 ‘형제국’ 관계를 고려해볼 때 의외의 조치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평가다.

양 장관 체포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경제개혁과 신의주특구 개발사업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중국간에 뭔가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사전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양 장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중국 소식통들은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 산하 연구소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을 필요로 할 때면 손을 뻗어왔지만 큰일이 일어날 때는 이를 중국측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양빈 장관을 연행함으로써 북한측에 경고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양 장관은 중국 정부에 협조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며 “중국 정부는 양빈이 신의주특구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을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정부가 신의주특구 구상을 못마땅하게 여겼을 가능성이다. 양빈의 허란춘(荷蘭村) 개발을 지켜본 사람들은 양 장관이 신의주 기본법에 명시된 공업 무역 금융 전자 등 종합개발보다는 카지노 호텔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해 왔다.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시작한 것도 중국을 불편하게 만든 요인이라는 관측이 있다. 김 국방위원장이 올 들어 북-러정상회담을 비롯해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를 20여차례나 만날 정도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중국측이 북한이 60년대 취했던 ‘중-러 등거리 외교’를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우려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북-중관계와는 상관없이 랴오닝성 당국이 양 장관의 탈세와 농지불법전용, 주가조작 자체를 문제삼았을 수도 있다. 그는 랴오닝성 지방정부로부터 8억위안(약 1184억원)을 대출받고 본인이 1억위안(148억원)을 투자해 허란춘 사업을 시작했지만, 본인의 투자액은 이미 회수해 네덜란드의 부인과 자식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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