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4000억 국정원통해 北송금"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24분


현대계열사를 통한 4억달러 대북 비밀 지원 의혹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27일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7일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4000억원이 국가정보원을 통해 북한측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 “현대상선측이 그룹 고위층에게서 산업은행 대출금 4000억원을 국정원에 넘겨주라는 지시를 받고 바로 수표로 찾아 국정원에 전달했고, 국정원은 다시 이 돈을 북한과 미리 약속된 해외계좌로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당시 실무자들은 산은과 거래하던 3개 지점에서 돈을 찾아 국정원에 전달했으나 북측에 대한 송금절차에 착오가 발생하는 바람에 6월 12일로 예정돼 있던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늦춰졌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4900억 통상 대출이면 경제수석은 왜 만났나"
- '자금난 현대상선' 계열사에 돈 펑펑

그는 이어 “당시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장관과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의 지휘 아래 청와대에서 이기호(李起浩), 진념(陳稔), 이근영(李瑾榮)씨 등이 대책회의를 했을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앞서 같은 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이 “현대상선의 돈이 현대아산을 거쳐 북한에 전달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상세한 중간단계는 알 수 없으나 현대상선의 돈이 국정원에 전달됐고, 이 돈이 북한에 흘러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이 북한측에 돈을 전달하는 방법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대상선측도 △산은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대출신청서를 갖고 있으며 △지원받은 돈은 용선료(傭船料) 등 용도가 발생했을 때 수시로 찾아 썼다는 점을 들어 김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이상득(李相得)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김대중(金大中) 정권 대북 뒷거래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했다. 민주당도 이날 확대원내대책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의 ‘4억달러 대북지원설’을 북풍과 색깔공방으로 규정하고 ‘북풍공작 대책팀’(팀장 김원길·金元吉의원)을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아무리 정치권이라고 해도 막말의 도가 지나치다”며 “한나라당이 왜 이렇게 터무니없고 근거없는 막말을 하는지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