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의 인물 양빈 둘러싼 5대 의혹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41분


①中 “그가 누군지 몰라”… 추천說 부인

② 어우야그룹 홈페이지 양씨언급 없어

③ 탈세-분식결산 혐의… 주식 매매정지

④ 화훼단지 조성 외엔 행정경험 全無

⑤ 김정일과 특별한 친분없어… 신임 의문

북한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을 맡게 된 양빈(楊斌·39) 어우야(歐亞) 그룹 회장은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다.

중국 당국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중국 외교부 장치웨(章啓月) 대변인은 24일 양 회장에 대해 “누군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양 회장을 추천했다”는 일부 보도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그에 관한 5대 의혹을 정리해 본다.

▽이력 및 학력〓출생지부터 분명치 않다.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태어났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 회장이 세운 ‘어우야 농업그룹’은 98년 이래 선양에 1억달러를 투입해 대규모 화훼관광단지를 조성 중인데다 베이징(北京) 산둥(山東) 허베이(河北) 쓰촨(四川) 등 중국 각지에 화훼단지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우야그룹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중국 곳곳에 투자했다는 극히 짤막한 내용만 실려 있을 뿐이다. 양 회장이나 CEO에 대한 소개도 전혀 없다.

학력도 의문투성이이다. 양 회장은 81년 랴오닝성 해군대학에 입학했고 87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에서 수학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고아 출신으로 대학 근처에도 못 갔다는 주장도 있다.

▽어우야그룹의 실력〓어우야그룹 인터넷 홈페이지는 이 그룹이 1987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돼 94년 중국에 진출했으며 98년 선양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우야그룹이 66만㎡의 대규모 원예관광단지 ‘네덜란드촌(허란춘·和蘭村)’을 만든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선양 현지 관계자에 의하면 양 회장은 “선양에 비닐하우스 몇 채 지어놓고 별장 등 부동산 개발을 하려다 안 되자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금포탈 혐의〓중국의 국제금융보는 7월 “양 회장이 최근 실종됐다”며 “불법 토지 사용과 탈세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달 초 미국 포브스지도 양 회장에 관한 이 같은 소문이 돈 지 불과 두 달 만에 어우야그룹의 주가가 57%나 곤두박질쳤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홍콩증시에 상장된 어우야 농업 주식은 25일 현재 닷새째 매매정지를 당해 있다. 홍콩 증권 선물감독위원회(HKSFC)가 “주가에 변동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았다”며 지난주 제재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행정능력〓신의주 특구는 홍콩이나 마카오 등과 달리 행정기구와 법률 등 정부의 행정 인프라를 ‘무(無)’에서부터 창출해내야 한다.

수도와 전기 공급, 항만 등 물적 인프라도 낙후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이런 일을 차질 없이 해내려면 강력한 추진력과 전문 행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양 회장은 화훼단지 조성 외에는 특별히 드러난 경험이 없다.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 정도〓양 회장이 2001년 북한에서 화훼 카지노사업을 벌이기 위해 평양을 드나들면서 김 위원장과 알게 됐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 특히 아리랑축전 때는 쌀을 무상 공급했고 2년 전부터는 김일성(金日成) 주석 묘역에 화훼를 제공하면서 관계가 깊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 회장은 10여년 전부터 김일성-정일 부자와 친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90년쯤부터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가 그의 북한 거주 화교 친척들을 매개로 평양에 출입시켰고 양 회장은 92년 4월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 기념으로 200대의 재봉틀과 정미기계 등을 기증하기도 했다는 것.

그 후 김정일 위원장과 더욱 돈독해진 그는 여러 합영공장에 간여했고 대신 김 위원장은 양 회장의 화교 친척들을 돌봐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정도의 교분만으로 젊은 그가 막중한 초대 행정장관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종환기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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