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내달 방북]日 “일본인 납치문제 최우선 논의”

  • 입력 2002년 8월 30일 18시 32분


30일 도쿄 도심의 한 전광판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북소식을 보도한 니혼게이자이신문 1면이 나오고 있다. - 도쿄AP연합
30일 도쿄 도심의 한 전광판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북소식을 보도한 니혼게이자이신문 1면이 나오고 있다. - 도쿄AP연합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다음달 17일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일 국교교섭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외무성 국장급 협의에서 북한측이 납치의혹 해결에 대한 신호를 전했을 것이며 납치 문제가 움직이게 되면 과거 청산을 포함한 양국간 포괄적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담의 최대 의제는 물론 수교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과거 청산 문제나 일본인 납치 의혹 등의 의제가 먼저 해결돼야만 한다.

이와 관련, 이번 회담에서는 식민지배 보상에 대한 원칙적인 큰 틀에 두 정상이 합의한 뒤 구체적인 내용은 실무협의로 넘길 것으로 보여 이른 시일 내에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청산 문제〓2000년 10월 이후 중단된 북-일 수교교섭 본회담의 최대 걸림돌이다. 북한은 2000년 4월 제9차 북-일 회담에서 과거청산을 주장하며 과거사 사죄, 보상, 문화재 반환, 재일조선인 법적지위 문제 해결 등 4개항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일본은 청구권의 대상을 식민지 통치기간인 36년간으로 한정하고 그 밖의 사항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1905년 을사조약에서 광복까지 40년간은 물론 광복 후 현재까지 50여년의 기간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인 납치의혹〓일본이 대북 협상에서 최우선시하고 있는 문제는 역시 과거 북한이 납치했거나 납치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일본인 실종자 문제. 고이즈미 총리는 30일에도 “납치문제는 일본인 안전에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요 테마로 의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영국에서 실종된 아리모토 게이코를 포함해 총 8건, 11명이 북한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하며 북한측에 성의 있는 소재 파악을 요구해 왔다. 북한은 25일 북-일 외무성 국장급 협의에서 납치 의혹과 상관없는 일본인 실종자 6명의 생사를 확인해 줌으로써 다소 성의 있는 자세를 보였다.

북한은 지금까지 일본인 납치 의혹은 당초 존재하지도 않으며 일본이 과거 청산을 회피하기 위해 조작해낸 정치 모략극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편 일본측도 태평양전쟁 전후로 일본에서 실종된 조선인 314명 가운데 3명의 생사를 확인하고 이중 1명이 일본에 생존해 있음을 통보했었다.

▽안전보장〓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북-일 정상회담에서는 전전(戰前), 전후(戰後)의 문제를 다룰 것이며 북한 핵문제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하게 된 배경의 하나가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인 만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문제에 대한 일본의 우려도 북한측에 전달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일본은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에 돈을 대고 있는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수용,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 연장 등을 북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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