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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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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은 “원활하게 잘 진행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데 반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장 총리지명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잘 하겠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당 인사청문특위 소속 의원들은 서로 “봐주기 질문을 하는 것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민주당은 이미 인준 방침을 정한 듯 해명성 질문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장 총리지명자가 ‘잘못했습니다’ 전략으로 나오고 있어 우리도 심하게 몰아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같은 당의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저렇게 희미하게 답변하면 청문회의 의미가 있느냐”며 “태도가 ‘모르쇠+어리숭+나중에 보고하겠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청문회가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만 해주고 끝날 판”이라며 “내일 청문회에서는 더 강도 높게 질문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흠집내기에 열중했으나 장 총리지명자가 차분하게 답변함으로써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생각보다 의원과 지명자간에 청문회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며 “잘못한 것은 시인하고 분위기도 좋았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특위 민주당측 간사인 설훈(薛勳)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검증은 외면하고, 없는 비리를 가지고 흠집내기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사’를 맞았는지, 장상(張裳) 전 총리지명자 때보다 질의강도가 크게 떨어진 것 같다”며 “우리 당 의원들도 ‘잘 하겠다’는 대답만 하면 넘어갈 수 있도록 봐주기 질문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장 총리지명자가 진솔한 태도로 잘 해내고 있다”면서도 인준 전망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청문회가 시작된 만큼 의견을 덧붙이는 것은 적합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도 인준 전망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언급을 피했고, 한 수석비서관은 “고3 수험생을 시험장에 보낸 가족의 심정인데 지금 무슨 말을 하면 부정 탈까 두렵다”고 말했다. 다만 한 관계자는 “그간 인준 전망이 썩 좋지 않았지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니 다소 희망이 생긴다”고 말하기도 했다.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