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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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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목선에 의지해 가족을 이끌고 북한을 탈출한 김원영(金元瀅·62·사진)씨는 자신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북한을 탈출해 제3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한국에 귀순한 ‘보트피플’ 순종식씨(70) 일가에 대해 깊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1997년 5월 김씨는 지난해 폐암으로 사망한 안선국씨(선장·사망 당시 52세) 가족 6명과 자신의 가족 8명 등 모두 14명을 이끌고 중국 어선으로 위장한 32t급 목선을 타고 북한 신의주를 떠나 귀순했다.
기관장이었던 김씨는 이번에 순씨 일가가 타고 온 배의 크기가 20t으로 비교적 작은 점을 들어 공해상을 거치지 않고 북한 영해를 통과해 곧바로 남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씨는 자신이 탈출할 당시 △육로로 중국으로 탈출한 뒤 정상적인 여권을 만들어 한국으로 오는 방법 △중국 내 외국대사관을 통한 귀순 △배를 이용한 탈출 등 세 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배를 타고 오는 방법이 가장 위험하기는 하지만 가장 간편한 것 같아 배를 이용한 탈출을 선택했어요. 당시 우리는 중국 깃발과 중국 옷을 준비하는 등 중국 배로 위장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노력했지요.”
그는 또 “이번에 오신 분들은 그렇게까지는 준비를 못했을 것이고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남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귀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뱃머리 부분에 구멍이 나 물을 퍼내며 항해를 해야 했던 것과, 한국 경비정과 마주쳤지만 중국 배로 오인해 돌아섰을 때였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현재 탈북자모임인 숭의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큰아들 희근씨(34)는 고려대 병설 보건전문대에서 치기공을 전공하고 있다. 또 둘째 아들 희영씨(31)도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치기공사로, 딸 순희씨(28)는 방송리포터 겸 간호사로 근무 중이다.
김씨와 함께 탈북 했던 선장 고 안선국씨 가족은 현재 식당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순씨 가족에게 “남한에 오면 좋은 대우를 받고 안정된 생활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죽음을 각오하고 왔을 것이지만 북한과 체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좌절을 많이 겪을 것”이라며 “이를 극복해야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