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 '조용한 해결' 단계 지났다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37분


북한 주민 21명이 소형 목선을 이용해 귀순한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정부가 공식 코멘트 하나 없이 조용히 처리키로 방침을 정했다니 이해가 안 된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정부가 입을 다문다고 탈북문제가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감이다. 외국 언론이 주요 뉴스로 다루고 주변국들이 모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막상 우리 정부만 남의 일 대하듯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혹시 남북관계를 민족문제가 아닌 지도층만의 교류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번 집단 귀순은 북한 주민의 탈출이 육로를 통한 중국행에서 외국공관 진입으로 이어지고, 다시 베트남이나 쿠바의 ‘보트피플’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해상 탈출로 발전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탈북자 1500명을 선박으로 망명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독일인 노르베르트 폴러첸을 비롯해 비정부기구(NGO)를 중심으로 해상탈북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탈북문제를 놓고 당사자인 북한, 그리고 우리 정부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중국은 수만명의 탈북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우리도 한해 1000명이 넘는 탈북자를 수용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가. 탈북자의 최종 행선지를 놓고 되풀이되는 소모적인 외교갈등과 탈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북한주민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북한 주민의 탈북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말해야 한다. 장관급 회담 등 다양한 남북대화채널이 열린 만큼 거론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인권탄압이 됐든, 빈곤이 됐든 근본문제 해결 없이는 탈북행렬을 막기 어렵지 않은가. 동포애와 인류애를 내세워 탈북자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단계도 지났다. 정부야말로 탈북문제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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