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신당 동상사몽]“주도권은 내가…” 신경전 치열

  • 입력 2002년 8월 18일 19시 00분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독자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것을 계기로 ‘반창(反昌) 비노(非盧)’의 기치아래 신당창당에 나선 세력들의 속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총론적으로는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내심 자신이 신당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어서 벌써부터 미묘한 물밑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대표▼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일찌감치 “정몽준 의원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는 일체 나서지 않고 있다.

18일에도 집에만 머물렀다. 자신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처지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 자칫 정 의원의 ‘그림자’로 위상이 격하될지 모른다는 점을 염려하는 듯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독자 세력’으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꼭 나간다는 입장은 아니다”(13일)에서 “향후 여러 측면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16일)고 미묘하게 말을 바꿨고, “아직은 정 의원을 잘 모른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한 측근은 박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일단 신당이 만들어지고 나서 그 면면과 성격을 따져본 후 합류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절대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최근 “신당이 만들어지면 대선 후보는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선출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앞으로 신당 구성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질 경우에 대비한 명분 선점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이인제 의원▼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은 최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박근혜 대표에 이어 이한동 전총리를 만나는 등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당내에서도 반노(反盧) 진영의 수장으로서 비주류 의원들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는 데 힘쓰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정국상황이 전개되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적 기반을 당내외에 마련해 놓겠다는 의지다. 한 측근의원은 이런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 “어떤 ‘제 3후보’든 현역 의원 동원 능력이 있는 이 의원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이 의원이 대선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이 신당의 당권을 쥠으로써 새로운 정치세력의 지도자로 자리를 매김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완전히 비웠다”는 언급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올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이 의원은 사석에서 “모두 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오면…”이라며 대권도전에 여지를 두는 발언을 가끔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한동 前총리▼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는 평소 사석에서 “정 의원은 국정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정 의원을 대통령감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전 총리측이 낮은 지지율에 대해 “거함(巨艦)은 큰 물에서만 뜬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응수하는 것도 다분히 정 의원을 견제하는 의미가 깔려 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그러나 이 전총리는 16일 한 라디오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정몽준 박근혜 이인제 의원과 자민련이 새로 건전한 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는 자칫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을 경우 신당 주도권이 정 의원에게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권력구조를 바꿔야 하며, 신당의 정강정책에 담아서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갖고 가야 한다”며 개헌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한 것도 ‘4자연대’ 가능성에 대비, 논의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그는 최근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과 자민련 의원들과의 접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과 이들 세력간의 교통정리가 잘 안될 경우에 대비한 행보로 보인다.

▼정몽준 의원▼

정몽준 의원은 18일 일각에서 자신의 발언을 ‘4자(者) 연대’ ‘5자 연대’ 등으로 해석하고 있는 데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전주 리베라 호텔에서 가진 회견에서 “(이런 표현들은) 정치개혁에 대한 순수한 의미가 변질 또는 왜곡될 수 있는 표현”이라며 정치세력간의 담합이나 타협에 의한 신당창당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정 의원은 한발 더나가 “(4자 연대에)거론되는 분들과 상의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의원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자신이 추진중인 신당이 몇몇 기성정치인들의 연대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의원이 “앞으로 여야를 떠나 정치개혁에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들과 공개적으로 만나 고견을 들으려고 한다”며 거듭 ‘정치개혁’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편 정 의원은 1박2일의 지리산행에 이어 이날 오후 김제시 금산면 일대에서 촬영중인 이민용 감독의 축구 관련 영화 ‘보리울의 여름’ 제작현장을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부산으로 이동 월드컵 국가대표 송종국 선수의 고별전에 참석하는 등 대중접촉을 넓히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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