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홍보 정부 중립성 훼손"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26분


청와대와 국정홍보처가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사이버 국정 홍보를 강화하려는 계획에 대해 학계와 정치권은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지식인과 정부의 유착,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의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둔 미묘한 시기에 이뤄지는 정부의 사이버 홍보 강화는 현 정권의 일방적 홍보로 흘러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언론학자들은 “e메일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출처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막판에 무책임한 사생활 폭로와 정보 조작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개인의 e메일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 자체도 프라이버시 침해이고 정부와 일부 지식인의 밀월 관계가 형성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주류 언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현 정권이 이번 계획을 통해 사이버 공간을 정부 홍보나 여론 조성의 ‘대안’이자 ‘우군’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비친다는 지적도 있다.

현 정권의 한 홍보전문가(스핀 닥터·Spin Doctor)는 최근 “‘주류 언론’과의 관계 개선은 오래 전에 물 건너 갔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 등 ‘대안 언론’으로 대항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성공회대 최영묵(崔榮默·신문방송학) 교수는 “청와대 문화관광부 국정홍보처 등 정부를 홍보할 수 있는 ‘정상적인 채널’이 충분히 있고 각 부처의 홈페이지도 있는데 정부가 미묘한 시기에 왜 이 같은 발상을 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e메일 국정홍보 계획은 한마디로 ‘행정행위로 포장된 선거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정부 계획대로 여론주도층의 e메일 리스트가 확보되면 정부 시각에서 재구성된 정부 업적이 일방적으로 뿌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정부가 e메일 홍보를 강화할 경우 교수, 전직 공무원 등 여론 주도 집단을 통한 파급 효과가 크다. 말로만 선거 중립을 외쳐온 정부가 마각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비난하며 사이버 홍보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이버 국정홍보는 정부 부처의 일을 국민에게 알리고 여론을 수렴하는 정부의 당연한 업무로 정치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e메일을 통한 자료도 본인들의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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