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신드롬' 거품인가 바람인가

  • 입력 2002년 8월 11일 18시 36분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대선 후보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정몽준 신드롬’에 대한 정치권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이미 결정된 후보들이나 정쟁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정 의원의 ‘클린 이미지’에서 대안을 찾으려 하면서 ‘정몽준 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는 별이견이 없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조직도 없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적도 없는 정 의원에 대한 높은 지지는 이전투구식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이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은 초정파적인 지도자를 갈구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냐”고 말했다. 정 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자발적 지지’가 장기적 추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민주당의 중도파나 비주류 의원들 중에는 정 의원이 9월 서울 남북축구친선경기와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등을 타고 ‘국민통합형 후보’ 이미지를 더 높일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의 전제인 ‘신당 후보 정몽준’ 자체가 가정에 입각한 것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기획위원장은 “정 의원은 아직 정치인으로서 평가받을 근거도 기반세력도 없다. 단순히 월드컵 분위기로 인한 인기나 인지도를 지지도와 똑같이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은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검증이 끝났고 이회창 후보는 검증받는 중이고 정 의원은 검증되지 않았다”며 “최근 여론조사에는 이런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민주당을 모태로 하는 신당 후보로 나설 경우 재벌그룹들의 내부 견제와 서민정당을 지지해온 정통 민주당 지지세력의 거부 등에 부닥쳐 ‘반짝 장세’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정 의원의 급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9일 “10월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이 답방을 하면 정 의원과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거나 “북한의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나 남북축구 등도 모두 정 의원을 띄우기 위한 것이다”고 주장한 것도 정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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