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후보 "先사퇴 요구는 트집 재경선 시간 충분해"

  • 입력 2002년 8월 9일 19시 11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9일 당내 반노세력의 ‘선 후보 사퇴’ 요구에 대해 “트집을 위한 트집이고, 당을 깨기 위한 엉뚱한 논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당 추진 논의에 대해 내 의견을 개진하고 그 결과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참여는) 너무 구속적인 표현인 것 같다. 결과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발언을 수정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문답 요지.

-일정상 국민 참여 경선으로 재경선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그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국민 경선을 폐기하고, 각 계파가 대의원을 정해 후보를 뽑는 것이 민주적인가. 그건 해결 방법이 아니고 후퇴다. 민주당보다 못한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것은 노무현이 미우니까 흔들겠다는 것이다.”

-8월 말까지 재경선 방식 등을 매듭 짓는 게 가능한가.

“된다. 8월 말까지 해달라고 했는데 8월20일로 앞당기면 (경선은) 한 달이면 끝낼 수 있다.”

-다른 후보군 영입 문제는….

“내가 나서기는 부적절하다. (경선 과정에서) 경쟁하며 공방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모셔 놓고 공격할 수는 없지 않느냐. 당에서 가부간 매듭지어야 한다.”

-6·13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영남지역 득표율이 낮은데….

“(그 패인을) 오로지 내 탓이라고만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책임을 느낀다. 그래서 정말 사심 없이, 조그마한 기득권에도 집착 없이 재경선이든 신당이든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재경선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선대위 체제로 가나.

“그렇다. 하지만 그 후에도 신당 문제는 계속 살아 있을 수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일정을 진행해 가며 여러 가지를 모색해 나갈 수 있다.”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해 노 후보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재경선이 결정되면 나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는가. 기득권이 뭐가 있나. 이 방(후보실) 쓰는 정도인데 비우라면 비우겠다. 이상한 논리 내세우지 말고 민주주의의 기초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정몽준 "이제 앞만보고 뛸것" ▼

“이제 앞만 보고 달릴 것이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사진) 의원이 신당의 대통령후보로 나설 경우 44.3%를 얻어 39.6%를 얻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4.7%포인트 차로 앞지른다는 SBS 여론조사(8일)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정 의원의 한 측근은 9일 이렇게 말했다.

정 의원도 조사결과에 대해 “국민이 변화를 희망하고 있고 차기 대통령은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해달라는 것으로 본다”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정 의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9일 경남 남해에서 열리는 유소년축구행사에 참석한 그는 주말에는 합천 해인사를 방문하고 근처 가야산을 등반하기로 하는 등 국민과의 접촉 빈도를 늘리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한다.

9월 중 대선출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던 그는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과도 조만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주변에서는 이미 모 연구소와 축구협회 인맥, 옛 국민당 출신 인사 등을 모아여론흐름 분석 및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인적네트워크 점검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한동 "백지신당 이라야…"▼

“‘백지신당’이 아니면 안되지.”

이한동(李漢東·사진) 전 국무총리는 9일 민주당의 신당 추진 결정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민주당을 포함, 각 세력이 ‘기득권’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미 신당쪽으로 상당히 입장이 기울었음이 역연히 감지된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던 이 전 총리의 행보가 요즘 빨라지고 있다. 일정도 꽉 차있다. 한 측근은 “밝힐 수는 없지만 민주당 중진 의원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광옥(韓光玉) 전 대표,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김영배(金令培) 고문 등을 만났고 한화갑(韓和甲) 대표,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의 측근그룹이 그를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당내 동교동계 및 중부권 의원들 중 상당수는 그를 노무현 후보의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 전 총리측에서도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제3후보군 중 ‘비토세력’이 없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반창(反昌) 세력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직 지지율이 낮다는 점에 대해 그는 ‘대하무성(大河無聲·큰 물은 소리없이 흐른다)’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