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격전지 종로-영등포을]변호사 vs 재야출신 격돌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56분


재보선 대책논의 - 안철민기자
재보선 대책논의 - 안철민기자
《서울 종로와 영등포을은 8·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에 격전이 예고되는 전략지역이다.

더욱이 두 지역에서 양당을 대표하는 후보의 대결구도는 변호사 출신과 재야운동권 및 진보정당 출신으로 극명하게 대비돼 관심을 더하고 있다.》

◇종로

흔히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이 지역에 한나라당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대통령정무비서관 등을 지낸 박진(朴振) 미국변호사를 공천했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대 재학시절 3선개헌 반대운동을 주도했고,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경력이 있는 유인태(柳寅泰) 전 의원을 내세웠다.

더욱이 박 후보는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특보 출신이고, 유 전 의원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오랫동안 정치행보를 같이해왔다는 점에서 두 후보간의 ‘대리전’ 양상까지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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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나름대로 득표력이 있는 박계동(朴啓東) 전 의원 대신 고심 끝에 박 변호사를 공천한 데에는 12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인 이번 재·보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새 정치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데다 변호사 출신으로 전문성을 갖춘 점, 연령도 40대라는 점에서 변화를 바라는 젊은 층의 표심(票心)에도 호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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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는 다만 박 후보의 자녀 이중국적 문제가 정치적 공방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 후보는 불씨를 차단하기 위해 11일 아들의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았으나, 민주당은 이회창 후보의 손녀 ‘미국 원정출산’ 시비와 함께 이 점을 집중 공략할 태세다.

민주당이 공천심사과정에서 거론됐던 여러 후보들을 배제하고 막판에 유 전 의원에게 낙점한 것은 ‘개혁성’을 이번 재·보선의 최대 전략적 포인트로 삼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있다. 노무현 후보측이 유 전 의원에 대해 ‘개혁적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이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한 전력이 최대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영등포을

민주당이 먼저 장기표(張琪杓) 전 푸른정치연합대표를 공천하자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검사출신인 권영세(權寧世) 변호사를 공천했다.

민통련 전민련을 주도하는 등 80년대 재야운동의 대부(代父)로 명성을 떨쳤고, 90년에는 진보정당인 민중당을 창당하기도 한 장 후보는 뚜렷한 개혁성을 내세우고 있다.

장 후보 본인도 “영남출신이면서도 지역통합을 위해 한나라당보다 더 개혁적인 민주당을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원외에서 여러 정치실험을 계속해온 장 후보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국회에 진입할 것인지 그 자체도 관심사다.

장 후보는 “재야출신인 내가 아직도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다는 데 대한 동정표가 적지 않다”면서 “서울시장 선거결과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5% 뒤졌는데, 한나라당 지지표 5%만 가져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이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을 제치고 40대의 권 변호사를 장 후보의 대항마로 내세운 데에는 비록 장 후보가 진보적 인사이긴 하지만 이미 ‘흘러간 시대의 인물’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권 변호사는 김영삼(金泳三) 정부시절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도재(劉度在)씨의 사위로 줄곧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정치신인.

비록 장 후보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참신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수도권의 젊은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생각이다.

한나라당은 또 선거전이 격화될 경우 장 후보의 민국당 참여 전력 등 ‘변신 이력’을 적극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장씨가 ‘마지막 재야’라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현실 정치권 주변을 맴돌았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권 변호사의 신인 이미지와 대비시킨다는 것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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