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노무현후보 '장상서리' 냉기류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56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측이 장상(張裳) 총리서리의 ‘적극적인 대외활동 자제’를 촉구한 것을 둘러싸고 노 후보 측과 청와대 간에 갈등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노 후보 측의 이런 요구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나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16일 “국정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업무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미 임명한 총리의 활동을 중단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노 후보 측은 “장 총리서리의 활동 자제 촉구는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 것이지 모든 활동을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7·11 개각이 노 후보의 뜻과 다르게 이뤄진 것이나, 15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서도 기대한 만큼의 수습책이 나오지 않는 등 자꾸만 엇갈리는 모양새가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한 섭섭함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노무현-이회창(李會昌)’ 대립구도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잡을 수 있는데 DJ와 청와대의 행보가 별반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만 노 후보 측의 딜레마는 장 총리서리 문제를 포함한 최근의 현안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경우 자칫 한나라당의 입장과 다를 바 없어 나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장 총리서리가 17일 국군수도병원을 방문해 서해교전 사태 부상장병을 위문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는데도 노 후보 측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장 총리서리는 16일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장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물론 각종 행정서류를 결재하는 등 내각의 수장으로서 업무를 계속했다. 또 18일에는 전두환(全斗煥)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사도 계속 다닐 예정이다.다만 17일의 제54주년 제헌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18, 19일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는 국회 출석 요구가 없어 참석치 않을 예정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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