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윤형규차관 사의 어수선 "또 낙하산이냐"

  • 입력 2002년 7월 12일 18시 42분


윤형규 차관
윤형규 차관
문화관광부는 12일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장관 물망에 올랐던 윤형규(尹逈奎)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출근하지 않은데다 실국별로 김성재(金聖在)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월드컵 후속 대책과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준비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화부 직원들은 남궁진(南宮鎭) 전 장관이 후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표를 낸데 이어 또다시 ‘문화’와는 무관한 김 장관이 낙하산 임명된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김 장관도 이런 비판과 우려를 의식한 듯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에게 맡겨진 기간 동안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추진 중인 일들이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문화부 장관에 비전문가인 정치인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1990년 문화부가 독립 발족된 이후 문화체육부를 거쳐 현재의 문화관광부가 됐지만 초대 이어령(李御寧) 장관을 제외하고 이수정(李秀正) 이민섭(李敏燮) 주돈식(朱燉植) 김영수(金榮秀) 송태호(宋泰鎬) 신낙균(申樂均) 박지원(朴智元) 김한길 남궁진 전 장관 모두 문화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집권당이나 청와대 총리실 등에서 ‘경력관리’나 ‘정치적 배려’에서 온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장관이 된 후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오페라를 보았다는 인사도 있고, 지역구에 다녀오느라 간부 회의 시간에 졸기 일쑤였던 이도 있었다.

직원들의 실망은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문화대통령’을 자임한데서 비롯된다. 김대통령은 앙드레 말로를 밀어준 드골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어하는지 모르지만 그가 임명한 문화부 장관들은 앙드레 말로 같은 문화적 소양과 식견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대통령의 심기를 읽는데 더 익숙해 있는 인사들이다.

문화부의 업무는 ‘민원’이 많지 않고 대부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일이 많아 생색이 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문화부 장관을 선호한다. 특히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문화부 장관 자리를 ‘경력 세탁’에 이용하려 한다. 김한길 남궁진 전 장관이 장관직을 던지고 보궐선거에 출마한 데서도 이런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소외된 이들의 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신임 문화부 장관의 문화 마인드와 문화적 소양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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