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개각]'청와대와 불화설' 송정호 前법무장관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41분


“전사이 가도난(戰死易 假道難·싸워서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내줄 수는 없다).”

송정호(宋正鎬·사진) 법무부장관은 11일 오후 이임식에서 임진왜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宋象賢)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주석을 달았다.

“검사는 정도(正道)를 내주면 안 된다. 검사는 외압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져야 한다. 누구도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개입해서는 안 된다.”

검사들은 송 장관의 이임사가 바로 그가 교체된 배경을 그대로 설명해주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두 아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빚어진 청와대와의 갈등이 장관 교체의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송 장관이 큰 실수가 없었고 김정길(金正吉) 신임 장관이 전임자와 성향이나 경력 출신 지역 등에서 특별히 다른 게 없는 점을 감안하면 교체 이유는 송 장관과 청와대의 불화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송 장관은 청와대와의 불화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5월 말 청와대 관계자에게서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수사를 중단시켜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를 거부했으며 이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

그는 11일 개각 발표 직후 법무부 간부들이 이임사 초안을 만들어 전달하자 이를 물리치며 “내가 이미 써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신임 장관에 대해서는 많은 검사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장관의 재기용에 대해서는 임명권자의 영향력 확대 의도와 현 정권의 인물난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지방의 한 검사는 “같은 정권에서 법무장관을 두 번 한 전례가 없다”며 “대통령이 아들들의 구속으로 고조된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자신의 뜻을 잘 파악하는 김 장관을 다시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청와대와의 갈등설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말할 문제가 아니다. 나중에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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