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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1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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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성 관심 유도〓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 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하이닉스 독자생존을 위한 노조 정치참여 선언 결의대회’를 갖고 하이닉스 자생 노력을 지원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조합원 1인당 10표 확보운동 등을 통해 지지 후보를 당선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도지사 후보와 청주시장 후보들은 이에 따라 경제 현실이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이닉스 독자생존 지원’이라는 노조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세웠다. 예상치 못한 장밋빛 공약들이 쏟아지자 하이닉스 노조는 결국 도지사 지지 후보는 결정하지 못한 채 청주시장만 민주당 나기정(羅基正)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노조는 내부 유인물인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속보’를 통해 “조합원 및 조합원 가족이 한나라당 운동원으로 밝혀질 경우 불이익을 주고 고발자는 포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측은 “조합원 총회 내부경선을 통해 지방선거 후보자(민주노동당 후보)를 선출했다”며 “전체 조합원들이 결의한 사항을 어길 경우 조합 내규로 징계할 수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측은 “헌법상으로 보호받는 신성한 투표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반발했고, 울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현대차 노조 유인물 내용이 선거법 제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법률검토에 들어갔다.
▽다양한 요구조건 제시〓대구의 경우 지역 중고자동차매매협회 청과상협회 등 각종 단체들이 시장 후보들에게 지지를 조건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무소속 이재용(李在庸) 대구시장 후보는 “중고자동차매매협회 등에서 품질 보증이나 매매 수수료에 대한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제안을 받은 한나라당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 후보는 “이익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일단 민원 제기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안은 단체 이기주의 경향이 강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부산장애인총연합회는 부산장애인종합복지타운 건립, 시장 직속 장애인복지정책개발위원회 설립 등 10대 정책과제를 시장 후보들에게 제시했다.
부산미술포럼은 예술분야의 예산 편성액을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부산보육교사회는 보육산업 활성화를 위한 보육조례 제정, 민간시설 교사들의 근무조건 향상을 위한 예산 배정 등 보육정책에 대한 제안서를 각 후보 진영에 보냈다.
한 부산시장 후보는 “일단 ‘예스’ ‘예스’를 연발하고 있지만 당선되더라도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털어놓았다.
한 부산시장 후보 측은 “이익단체들이 어떤 민원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된 것은 긍정적이나 무리한 요구가 적지않다”며 일단 ‘잘 알겠다’며 두루뭉수리하게 답변한다” 고 털어놓았다.
▽정책 왜곡이나 갈등 조장〓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산업노조 대전지역본부는 개인택시 확대와 버스전용차로 현상 유지를 약속하는 시장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 대전 시내의 버스전용차로가 광역시 가운데 가장 짧아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택시노조 측에서 버스전용차로를 늘리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노조의 지지로 당선되는 시장은 이들의 압력 때문에 이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에서는 양대 노동단체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서로 다른 시장후보 지지를 선언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 인천본부는 이달 초 “그동안의 활동과 공약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민주당 박상은(朴商銀) 후보가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판단된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민주노동당 김창한(金昌漢)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 지역본부 간부들과 단위 사업장 조합 간부들이 유세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가축인공수정사협의회 전남도지회가 9일 민주당 박태영(朴泰榮) 전남지사 후보 지지를 선언했으나 다른 후보들은 “이익단체가 공약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또 회원 전체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은 지나친 선거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목포대 교수 10여명은 7일 무소속 김정민(金正民) 목포시장 후보를 지지한다고 발표했고 같은 날 목포지역 여러 대학 교수 80여명은 민주당 전태홍(全泰洪) 시장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한 대학교수는 “지식인들마저 이익단체들과 같은 행동을 해 유권자들의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후보 사퇴 요구까지〓강원 동해시 동해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는 최근 동해시장선거에 나온 모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모 후보는 자연환경 훼손 및 생태계 파괴를 부추기는 무릉계곡 케이블카 건설 등을 공약했다”며 “동해시민에게 사죄하고 시장후보를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시민들의 여망에 따라 공약한 무릉계곡 케이블카 건설에 대해 후보 사퇴 운운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며 선거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특별취재팀